수산시장 영덕게장수 조태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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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80촉짜리 백열등이 생선비늘에 날카롭게 반사되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새벽 풍경.
비늘이 튀는듯한 싱싱한 생선과 각종 조개류가 반입되면 수산시장 여인네들의 손길은 또다시 새로운 아침을 맞느라 분주하다.
수산시장 어귀에서 영덕게만을 7년째 거래하고 있는 조태자씨(34) 그녀의 하루도 오동통한 영덕게의 양집게를 좌판에 가지런히 펼쳐 놓는 일부터 시작된다.
19살에 만난 남편을 따라 경남 거창 출신인 그가 서울살림을 시작한지 이제 11년. 직장생활을 그만둔 남편(38) 과 처음으로 장사에 손댄 것이 수산시장의 생선가게였다.
영덕게 장사 7년만에 손가락지문이 모두 닳아 버린 그는 주위사람들의 따뜻한 인정덕분에이만큼 살게 되었다고 했다. 그의 하루는 새벽4시, 경매로 사들인 영덕게를 남편이 운반해오면 상·중·하품으로 각각 구분해 큼지막한 얼음을 띄엄띄엄 영덕게 위에 올리고 백열등불을 환하게 밝히는 일로 시작된다. 가게라야 1평반, 사람하나 겨우 앉을 자리만 제외하고 온통 영덕게로 둘러싸여 있다.
『희망을 가지면 육체노동이 오히려 즐거워지지요. 상품설명을 친절히 하고 물건만 속이지 않으면 단골손님은 저절로 생기거든요.』생선비린내가 역겨우면 생선가게장사는 처음부터 손도대지 말라는 그의 가게텃세는 중개료와 조합보증금을 합쳐 60만원.
1년 열두달을 몸빼와 고무장갑·고무장화·허드렛점퍼를 걸친채 모양한번 못내고 살지만두아들(중3·국4)에겐 그래도 「예쁜 엄마」 소리를 들어 힘이 솟는다. 이들 부부가 버는한달수입은 80만원선.
내년 1월이면 5년간 부은 5백만원 적금을 탈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는 그는 목욕탕 주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콜레라와 수산물공해 얘기만 나오면 매상이 반으로 줄어 큰 타격을 입는」 거창댁. 그는 이제 장사보다 두아들이 사춘기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더 큰바람이라고 말한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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