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유해 성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상용하고 있는 필수품에 모르는 사이에 인체에 어떤 해독을 끼치는 성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문득 떠올릴 때가 있다. 예컨대 한시도 멈출수 없는 호흡에서는 공기중에 포함돼 있는 유독가스가 미량이나마 오랫동안 몸에 축적된다거나, 매일먹고 있는 음식속에 중금속이 들어있어 어느날 갑자기 치명적인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염려같은 것이 그러한 예들이다.
이러한 염려나 심리적 불안따위를 지나치게 신경이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수 없는 근거는 충분히 있다.
그렇다고 일일이 검사해보고 따져 가려내면서 살수없기 때문에아예 무시하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 공해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생활자세가 된것이다.
그러나 우리일상에는 이러한 불가피한 공해 이외에도 악덕상인들에 의해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경우가 있다.
또 한가지 경우는 상품의 제조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유해성분을 첨가하지는 않더라도 성분끼리의 화학적인 변질이나 반응에 의해 본의아니게 유해성분이 생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비록 제조업자가 당초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사전 대비가 없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묻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국내 유명 회사에서 제조되어 시판중인 샴푸 가운데 대부분이 법으로 사용이 금지된 포르말린이 검출됐다는 사실도 이런 점에서 제조업자의 책임은 피할수 없다.
서울대의대피부과 교수팀이 대한피부과학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이들 샴푸를 정량 분석한 결과 미량의 포르말린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플래스틱 제품이나 방부제·소독제의 원료가 되는 극약인 포르말린은 습진등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법에 의해 화장품이나 섬유제품에 사용이 금지돼 있다. 구미나 일본등 선진국에서도 포르말린을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섬유제품등의 제조를 엄격히 금지해오고 있다한다.
제조 업자측에서는 샴푸를 만드는 과정에서 법으로 금지된 포르말린을 직접 첨가한 사실은 없고 다만 샴푸를 담은 용기에서 나왔거나 성분 상호간의 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됐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하고 있다한다.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직접 첨가하지 않은것만으로 책임이 면해질수는 없다. 완성품 이후의 성분관리나 용기의 성분분석도 철저히 했어야 할것이다. 이번 조사결과가 극히 예민한 사람 이외에는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샴푸가 갓난 아이부터 노약자에 이르기까지 사용범위가 넓기 때문에 그 피해 가능성은 다른 어느 상품보다 심대하다고 할것이다. 철저한 사전 사후관리와 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감독기관과 제조업자가 노력하길 바란다.
이러한 노력은 샴푸의 경우에만 한할것이 아니고 식품을 비롯한 우리의 일상용품 전반에 걸쳐 확대돼야함은 물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