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수상작품|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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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먼저 심사위원 전원이 작품을 낱낱이 돌려보며 평점을 매긴다음, 이를 종합해서 부문별로 약 50편 내외를 가려냈다.
말하자면 예선이라 할수 있는 이 과정을 통과한 작품들은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일단 「시조가 되어 있는」것들이었고, 그중의 대다수는 상당한 수준에 이으러 있었다. 수년전만해도 이만한 수준이면 백일장에서 장원을 겨룰만 했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런 현상은 중앙일보가 그사이 다각도로 꾸준히 벌여온 시조짓기 운동이 알찬 수확을 거두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입상자의 대다수가 중앙시조의 단골 손님들이었다는 사실이 이 추리를 뒷받침한다.
1차 가려 뽑은 작품은 다시 평점을 매겨 시상권으로 좁히고, 마지막 토론을 거쳐 서열을 정했다.
대학·일반부에 비해 중·고등부가 다소 저조한 느낌이었던 것은 성인부에 대한 상대적 안목탓도 있었겠으나 작금의 시조운동이 성인 위주로 전개된데도 연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을 제치고, 또 성인부에 섞어도 손색없는 중학생의 장원작을 얻어 큰 위안이 되었다.
이번 정상급 입상자들은 종래의 시조에 비해 시상도 신선하고 깊이가 있었고 기법도 아양해진 점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어 반가왔다. 한국시의 주인 자리를 되찾을 날에 한걸음 다가선 느낌이다.
즉흥을 겨루는 백일장은 시적 재분 전체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다. 입상자는 더욱 겸허하고 낙선자는 더욱 분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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