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페라로 TV토론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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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시」·「페라로」간의 토론이 끝난 직후 TV를 통해 이 입씨름을 시청한 청중들은 대개 그 결과를 무승부로 판정했다.
그러나 토론이 끝난지 2시간후에 집계된 ABC-TV의 조사결과는「부시」가 42대33으로, USA 투데이지는「부시」가 48대29로 압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먼데일」민주당대통령후보가 첫 토론에서「레이건」대통령을 패배시킨 이래「레이건」「부시」조가 수세에 몰리게될지 모른다는 예상은 일단 봉쇄된것 같다.
그러나 유권자의 호응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의 토론은 토론기술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학생토론과 달라 여러가지 정치적 요소들이 감안되는 법이다. 지난번 토론의 승부가 토론후 이틀이 지난 후에야 분명해진 전례로 보아 이번의 경우도 확실한 승부는 며칠 지나야 드러날것 같다.
토론내용으로만 보면 국내문제를 다룬 전반부에서는 무승부였고, 외교문제를 다룬 후반부에서는「부시」가 크게 우세했던것 갈다.
그러나 형식면에서「페라로」여사는「상대방의 목줄을 물어 뜯는」식이라는 그의 토론형식을 삼가함으로써 여자가 부통령그릇이 될까하는 일반적인 우려를 없애는데 성공한것 같다. 한편 외교문제에서 자신없는 발언을 했고 특히 대통령의 유고시 군통수권을 갖는 대통령직을 대행할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대해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지 못한것이 홈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시」는 자신이 가진 외교면에서의 깊은 지식을 과시하며 공격적인 토론을 전개해 점수를 땄으나 너무 덤비다가 몇가지 실언한 것이 홈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특히 외교토론중「페라로」에게『이 문제는 내가 좀 가르쳐드리겠다』고 했다가 건방지다는 반박을 받았다.
「부시」는 12일에도 유세중 중대한 실언을 했다. 그는 그전날밤에 있은「페라로」여사와의 토론에 대해『어제밤 조그만 엉덩이를 차줬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말이 녹음되고 있는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깨닫고『이긴 보도용이 아니다』라고 소리쳤지만 이 발언은 순식간에 미전역으로 전파되어 보도되었다.
부통령 후보들의 토론이 대통령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예컨대「레이건」대통령을 싫어하는 유권자가「부시」를 좋아한다고 해서「레이건」「부시」조에 투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거유세의 분위기에는 큰 영향을 미칠수 있다. 그런 뜻에서 11일밤 토론의 최종승부는 토론장의 안과 밖에서「부시」가 저지른 실언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분명해진 다음에야 윤곽이 나타날것 같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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