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가 연구원 데리고 가 난자 채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대 조사위원회 정명희 위원장이 10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황우석 교수 연구의 진위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황우석 교수가 자신의 연구팀 소속 여성 연구원을 병원에 직접 데리고 가 난자를 채취한 것이 확인됐다. 또 황 교수팀에 2000개가 넘는 난자가 제공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도 간여했다.

10일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엔 이렇듯 새로운 사실이 많이 담겨 있다. 새로운 사실의 대부분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거짓이거나 과장됐음을 입증하는 내용이었다.

◆ "황 교수가 차에 태워 가 난자 채취"=2002년 11월 28일부터 지난해 11월 8일까지 황 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한 병원은 지금껏 미즈메디병원(83명, 1423개)과 한나산부인과(36명, 509개)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한양대병원 산부인과(9명, 121개)와 삼성제일병원(1명, 8개)도 난자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공된 난자는 모두 2061개다. 서울대의 조사위 보고서는 '천문학적인 난자 수'라고 표현했다.

난자가 얼마나 어떻게 쓰였는지 불분명하다. 보고서에 네 차례나 "집계하기 어렵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다. 2005년 논문과 관련해 병원들은 ▶최초 핵 이식일인 2004년 9월 17일 이전엔 631개▶핵 이식부터 2005년 논문 제출일까지 638개▶이후 324개 등 모두 1638개를 제공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황 교수팀엔 핵 이식일 이전의 난자 사용 기록은 아예 없었다. 이후엔 각각 529개, 421개 등 모두 950개를 썼다는 기록을 남겼다. 황 교수팀은 논문 제출 시점까지 이중 273개의 난자를 사용했으나 논문엔 185개로만 적었다. 2004년 논문을 위해서는 병원은 423개를 줬다고 한 반면 황 교수팀은 359개를 받았다고 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11월 24일 기자회견에서 "2004년 5월 네이처 기자 취재 때 연구원 두 명이 난자를 제공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론 2003년 3월 P연구원을 자신의 차에 태워 강남 미즈메디병원으로 데려갔다. P연구원은 난자 채취 시술을 받은 뒤 돌아와 실험대에 앉았다. 황 교수는 같은 해 5월 여성 연구원들에게 '난자가 필요할 때 기증 의향이 있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돌렸다. 보고서는 "현 연구원 중 7명, 전직 연구원 중 한 명이 이에 서명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 난자만 제공해도 공동 저자=섀튼 피츠버그대 교수는 지금까지 "2005년 논문에서만 제한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섀튼 교수는 지난해 1월 황 교수와 한 차례, 이후 서울대 강성근 교수와 네 차례 접촉한 뒤 직접 논문을 썼다. 조사위는 "섀튼 교수가 논문을 주도적으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논문을 사이언스에 제출하는 과정에도 간여했다.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답변서를 쓰는 걸 도왔고 사이언스 편집인들과 전화 통화도 주선했다. 황 교수는 이 때문인지 섀튼 교수에게 논문의 공동저자로 올리겠다는 제안을 했다.

2004년 논문은 최초 제보자로 알려진 Y씨가 초고를 작성했고 강 교수가 마무리했다. 아무런 기여도 없이 공동저자로 이름이 오른 사람도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2004년 논문 공동저자의 한 사람인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다. 2005년 논문의 25명 공동저자 중 5명도 비슷한 경우다. 보고서는 이들에 대해 "기여 없음"이라고 못박았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과 그의 부인 구정진 산부인과 의사 등은 난자 제공에 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논문 공동저자가 됐다.

◆ 우연히 이뤄진 처녀생식=황 교수팀은 2005년 논문에서 체세포를 이식한 난자 여섯 개 중 하나꼴(16.8%)로 배반포까지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체 실험실 기록으로는 그보다 낮은 14.7%였다. 최근 실험까지 감안할 경우 형성률은 더욱 떨어져 10%에도 못 미친다.

줄기세포의 형성률은 0%였다. 이 때문에 정명희 조사위원장은 "(황 교수가 주장한) 바꿔치기라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있었거나 만들어졌었다는 증거가 없는데 바꿔치기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되물었다.

논문엔 줄기세포를 배양할 때 인간 영양 세포를 썼다고 돼 있으나 실제론 쥐 영양 세포도 사용한 것도 확인됐다. 김선종 연구원의 거짓말도 드러났다. 김 연구원은 피츠버그 현지 기자회견에서 "2, 3번 줄기세포의 테라토마 사진으로 4번 줄기세포 것까지 만들었다"고 했지만 조사위는 2번으로 3, 4번 것까지 만들었다고 확인했다.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는 우연히 처녀생식으로 얻은 것이었다. 보고서는 "비숙련 연구원이 버려지는 미성숙 난자를 사용해 연습 목적으로 한 실험에서 얻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 특별취재팀=황세희 의학전문기자,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신성식.김정수.고정애.심재우.최현철.박성우.박수련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