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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 소형화 능력 보유한 듯…사드로 한반도 방어엔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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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테렌스 로리그 美 해군대학 교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등 군사적 위협과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된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과 급변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밀어붙일 태세여서 이에 반대하는 중국과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추구하는 일본은 동북아에서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진단과 향후 전망 등을 한반도 및 동북아 전문가인 테렌스 로리그 미 해군대학 교수에게 들어봤다.

SLBM 운용 北 잠수함 3척 넘으면 큰 위협

- 북한이 SLBM 사출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예상됐지만 심각한 문제다. 북한은 그동안 소련제 잠수함과 미사일을 기반으로 SLBM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초기 단계의 테스트이기 때문에 완성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향후 SLBM을 전력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운용하는 잠수함을 최소 3척 이상 보유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 척은 해상으로 나가고, 다른 한 척은 귀항하고, 또 다른 한 척은 잠수함 기지에서 정비를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선 대잠작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SLBM 대처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 북한의 SLBM 사출시험 이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방한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사드 배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는데.

“개인적으로 사드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과연 사드가 막을 수 있는 미사일이 몇 개나 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소수의 미사일 방어는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때 소수의 미사일만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수십, 수백 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쏠 것이 확실하다. (1개 포대의 비용이 약 2조원으로 추정되는) 사드는 비효율적인 무기체계다.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다. 한국으로서는 사드보다는 200개 이상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이지스함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됐다고 하는데.

“실제 그가 숙청됐다고 확신할 순 없다. 북한에 관한 정보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그가 숙청됐다면 이전의 유사한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권력강화를 위한 작업으로 봐야 한다.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의 입장에선 숙청이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현영철 숙청은 권력 다툼 아닌 집권 강화 차원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이 아직 불안정하다는 얘기인가.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이라는데 동감한다. 이번 숙청도 파워게임 측면의 갈등 속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다. 김정은은 여전히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 있다. 숙청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최근 북한은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평가는.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마도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북한이 테스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가 없을 뿐이다.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적어도 핵탄두 소형화에 아주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년 내에 개발이 완료될 것이다. 탄도미사일은 또 다른 위협이다. 개인 의견으로는 아직 성공하진 못한 것 같다. 북한이 평양에서 거행된 군사 퍼레이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공개하긴 했지만 그 성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사시에 북한은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설익은 ICBM을 공개한 것에는 북한의 노림수가 있다. 위협 증대를 통해 향후 협상 때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은 어떤 점이 다른가.

“북한은 이미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어섰다. 이란은 아직 핵 개발 전이고 북한은 이미 개발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두 나라가 처한 환경도 다르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그 파급력은 북한보다 훨씬 크다. 중동 정세가 더욱 복잡하게 꼬일 것이다. 이스라엘 문제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또 다른 차이는 이란의 리더십은 선거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제재 등 압박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과는 다른 체제다. ‘이란과 북한 중 누가 더 핵 위협이 심각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란이라고 답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조금 넘게 남았다. 향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는 미국에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현상 유지가 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일 간 긴밀한 협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 일본은 미국의 재균형정책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 이를 두고 한국인들은 '미국이 일본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미·일 동맹의 강화가 한·미 동맹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국에선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데.

“일본은 미국의 동북아 정책의 일부를 맡고 있다. 일본도 중요하지만 한국도 한반도의 평화와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못지 않게 중요하다. 다음달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미국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강화시킬지 고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반도 외에서의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한국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朴대통령 역사와 안보 문제 분리 대응해야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평가는.

“역사와 전략적 이익을 분리해야 한다. 역사문제 인식 등을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안보 전략이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 3각 동맹에 악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의미다.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무엇을 중시해야 할지를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밀접하다. 한국은 향후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하나.

“일단 중국의 향후 역할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논쟁이 있다.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과 결국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그것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민해방군의 현대화다. 가장 큰 갈등의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양측을 매개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럴 경우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또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협력관계에 있지만 10~15년 후에는 심각한 경쟁에 따른 갈등관계로 바뀔 수도 있다.”

▶테렌스 로리그: 미 해군대학 교수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한반도와 동북아 전문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핵 문제 등 안보전략이다. 『한국의 부상』 등 한반도와 관련된 저서를 여러 권 펴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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