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 발표… 거센 후폭풍 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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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사이언스 줄기세포 논문도 조작되는 등 황우석 교수팀의 상당수 연구 결과가 허위로 드러남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거센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10일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조작 파문의 책임을 지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에 사의를 표명했다.

또 황 교수에 대한 '1호 최고과학자' 지위가 박탈되고, 각종 연구비 지원이 중단되는 등 후속조치가 본격화되며 경기도와 과학기술부 등이 건립중인 '황우석 바이오장기연구센터' 건립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과학자' 지위 박탈=11일 오전 최고학자선정위원회는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사이언스 논문조작 파문을 빚은 황 교수의 1호 최고과학자 지위를 박탈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임관 최고과학자선정위원회 위원장은 나머지 위원 9명의 동의를 얻어 전체회의를 소집, 황 교수의 1호 최고과학자' 선정을 철회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과기부는 밝혔다.

하지만 황 교수가 2004, 2005년 사이언스 논문조작 사실이 서울대 조사위원회 발표로 드러난 만큼 이번 전체회의는 최고과학자 지위 박탈을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하다는게 정부와 과학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황 교수는 연간 30억원에 이르는 연구비 등 그간 부여된 각종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으며, 미집행분에 대한 연구비도 연구협약 해지 등의 절차를 통해 회수절차를 밟게 된다. 황 교수는 또 최고과학자 지위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 자격도 자동 상실하게 된다.

황 교수는 지난해 6월말 처음으로 열린 최고과학자선정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최고과학자로 선정됐었다.

◇'바이오장기연구센터' 불투명=경기도 관계자는 10일 "황우석 교수의 2005년 논문에 이어 2004년 논문마저 조작으로 결론남에 따라 황우석 바이오장기연구센터 건립사업은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며 "앞으로 경기도가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부터 협약기관 재선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심도있게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센터 건립비용 295억원 가운데 과기부가 8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오늘 조사 결과 발표로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과기부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며 "만약 변수가 발생한다면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고, 이럴 경우 협약 내용이나 협약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도의 또다른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미래성장산업이고 계속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번 파문과 관계없이 이 분야에 대해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경기도의 기본 방침"이라며 "바이오장기연구센터는 줄기세포가 아닌 이종장기 이식 분야를 연구하는 기관이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사업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와 과학기술부, 서울대는 지난해 11월 바이오장기연구센터 건립에 관한 협약을 체결, 센터건립비 295억원 가운데 215억원은 경기도가, 80억원은 과기부가 각각 부담하기로 했었다.

협약에 따라 황 교수 연구팀은 센터에서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무균돼지의 장기 생산을 연구하는 등 이종장기 상용화를 위한 핵심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도는 지난달 8일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테크노밸리에서 '황우석 바이오장기연구센터' 착공식을 가졌으나 현재 한파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문책인사 이어질 듯=황 교수 자신과 2004,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모든 인사들은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대가 1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태의 책임자에 대한 처벌문제를 논의하는데 이어 정부도 종합대책 발표 이후 어떤 형태로든 관리상의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취할 전망이다.

과기부 수장인 오명 부총리는 지난 2일 개각으로 물러났으며, 2004년 논문에 제13 저자로 올라있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종 보고서에서는 "기여없음"으로 결론 내려진 박기영 보좌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각계 황우석 후원도 중단될 듯='황우석 교수와 함께 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이나 한국과학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황우석 후원회 등도 해체 또는 활동 중단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황우석 교수 후원회의 경우 최근 2개월간 2천여명이 신규 가입, 6천명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나 이번 사태로 해체 또는 후원자 이탈 등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 후원회는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모두 33억원을 모금, 이 가운데 19억원 가량을 황 교수에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경우 황 교수 본인이 원할 경우 최상석(1등석)을 제공하는 혜택을 부여해 왔으며, 포스코도 지금까지 3억원씩 두차례 연구비를 지원했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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