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동대문에 시내 면세점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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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경쟁 업체들의 허를 찌르는 ‘중소기업 투톱 전략’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면세점은 중소기업인 중원면세점과 함께 동대문 롯데피트인 건물 전체에 시내 면세점을 세우겠다고 22일 발표했다. 관세청은 다음달 1일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의 입찰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총 3곳의 시내 면세점이 허가를 받으며 이중 2곳은 대기업 몫, 1곳이 중소ㆍ중견기업 몫이다.

그동안 신세계(명동 본점 명품관), SK네트웍스(동대문 케레스타),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 호텔신라ㆍ현대산업개발(용산 현대아이파크몰), 한화갤러리아(63빌딩), 이랜드(장소 미정) 등이 시내 면세점 추진 계획을 밝혀왔다.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을, 신세계는 그룹의 본산인 본관에 면세점을 짓겠다고 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은 용산 아이파크몰에 국내 최대 면세점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현대백화점은 모두투어ㆍ엔타스듀티프리 등 중소기업과 상생해 면세점을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은 그동안 경쟁 업체들이 발표한 면세점 대책을 집대성한 시내 면세점 계획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상생 분야에서는 아예 한 발 더 나아갔다. 중소기업인 중원면세점과 함께 면세점을 운영하기로 했다. 중원면세점은 충북 청주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시내 면세점은 중소ㆍ중견기업 몫 1곳에 입찰한다.

롯데는 롯데피트인 11개 층 중 5개층(8387㎡)을 롯데면세점이 사용하고, 중원면세점이 2개층(3762㎡)을, 나머지 4개층은 식당가와 사무실ㆍ창고 등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판매하는 제품군 선정에서도 ‘판매가 쉽고 돈이 되는’ 술ㆍ담배ㆍ잡화 품목은 중원이 맡게 했다. 롯데는 패션ㆍ시계ㆍ액세서리를 팔기로 했다. 윤초연 롯데면세점 대리는 “롯데면세점이 탈락하더라도 중원면세점이 사업권을 딴다면 최대한 영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동대문시장 살리기에도 들어간다. 서울디자인재단과 함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공연 전문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관광객들이 대개 오후 7시 이후에 동대문시장 인근을 방문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야간 개장’ 전략도 내세웠다. 롯데면세점은 동대문점을 평일에는 자정까지, 주말에는 새벽 2시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당초 김포공항(롯데몰),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등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했으나 지난달 말부터 동대문 롯데피트인으로 입지를 정하고 입찰제안서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일각에서는 면세점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또 입찰해도 되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결국 적극적으로 입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독과점 논란이 있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생각에 고심해서 낸 계획”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쇼핑의 한 임원도 “평소 신격호 총괄회장이 소공동 면세점을 이따금씩 둘러보는 등 면세 사업에 관심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 롯데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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