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싸게 사려다 혼수자금 날릴뻔한 예비신부…경찰 도움으로 무사히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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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이모(30ㆍ여)씨는 1년간 열애한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준비하던 중 올해 초 직장동료에게 상품권 유통업자 한모(26)씨를 소개받았다. 이씨는 한씨에게 상품권을 싸게 구입하면 혼수비용을 10% 넘게 아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솔깃한 이씨는 지난 2월 2일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8만7000원에 구입하기로 하고 한씨에게 총 156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돈을 받은 한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나중에 보내주겠다”는 등 말을 둘러대며 시간을 끌었고, 급기야 나중에는 전화번호를 바꿔 연락조차 두절됐다. 결국 이씨는 결혼식을 열흘 정도 앞둔 지난달 27일 송파경찰서 ‘원스톱상담실’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이씨는 한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혼수 자금을 날려 결혼을 못하게 됐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신고를 접수한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는 이씨의 다급한 사정을 고려해 곧장 한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경찰은 겨우 연락이 닿은 한씨에게 고소 사실을 알리며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수 있고, 돈을 돌려주지 않아 결혼이 취소되면 우리나라 정서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통보했다.

“돌려줄 돈이 없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며 버티던 한씨는 경찰의 계속된 중재 끝에 이틀 후인 지난달 29일 이씨에게 다시 돈을 돌려줬고, 이씨는 지난 9일 결혼식을 치렀다. 혼수 구매 자금을 통째로 날릴뻔한 예비신부가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게 된 것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경찰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한 이씨는 “상품권 업자가 연락이 두절됐을 때는 결혼식이 파탄 날까봐 눈앞이 캄캄했는데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결혼식을 치르게 돼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씨는 돈을 돌려 받은 후 고소를 취하했지만, 한씨에게 사기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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