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 연구 아직도 초보단계"|호남대주최 국내 첫「동구문체」 학술회의 발표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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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동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국내 최초로 동구문제를 주제로 한 대규모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호남대 동구문제연구소(소강 이태영)주최로 지난4∼5일 광주에서 열린 이번 학술회의 (주제=동구공산권의 제양상)에서 안병영 교수(연세대)는 우리나라의 동구연구가 아직도 맹아기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나라의 동구연구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 안교수는 동구연구가 부진한 큰 이유중의 하나로 이 방면에 대한 기존지식의 축적이 너무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 지역에 대한 언어·역사·문화·인문지리 등 사회 과학적 연구의 지적 하부구조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안교수는 최근에야 공산권 연구 분위기의 고조에 힘입어 동구권 연구의 지적관심이 성숙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즉 ▲학문적 차원에선 60년대 이후 각광을 받기 시작한 북한공산주의 연구의 주요 준거초점으로 동구 공산주의 체제가 거론되기 시작해 동구는 현존 공산주의 체제 중 가장 일찍, 가장 본질적으로 체제변화를 경험한 변동의 보고이자 세기의 실험실이란 생각이 크게 확산됐으며▲현실적 차원에서 7O년대초 서독의 동방정책이 현실화되면서 동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점증했고, 아울러 동구와의 교역 및 비적성화·중성화를 위한 정치 외교적 욕구가 작용했다는 것.
한편 이태영 교수는 동구사회의 문제점들을 역사적인 측면에서 살펴봤다. 이 교수는 소련을 포함한 동구9개국의 역사적 상황은 획일적인 것 같지만 꽤 이질적이며 협소한 곳에 여러 민족이 살고 있어 영토문제와 민족문제는 항상 심각한 양상을 띄어왔다고 지적했다.
동구의 민족상황을 보면 북부엔 폴란드인·체코슬로바키아인 등 서슬라브족이, 남부에는 비슬라브계인 약간의 알바니아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남슬라브족이, 중부엔 형가리인·루마니아인 등 비슬라브계가 살고 있다.
문화·종교 면에선 두개의 이질적인 그룹이 결합돼 있다.
북부의 폴란드·체크슬로바키아, 중부의 형가리, 남부의 유고 일부 주민들은 10세기 이후 가톨릭화돼 오랫동안 서구문학의 영향하에 있었다. 그러나 남부의 세르비아·불가리아·루마니아 등 발칸제국은 희랍정교화해 비잔틴문화권에 속했으나 14세기 이후 터키문화의 영향으로 일부가 회교화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소련 공산주의의 계획과 통제하에서도 동구각국이 그들 여건에 맞는 사회주의적 국민국가 건설을 지향하는 것은 각국이 갖는 독특한 역사세계를 추구하는 민족적 시도로 봐야 한다면서, 가톨릭적인 폴란드의 민주화 요구, 헝가리·체코의 동란, 유고·루마니아의 독자노선 등의 양상은 러시아적인 슬라브 문화에 대한 서구문화의 우월성이 굴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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