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필리핀의 미군 기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마르코스」정권에 대한 미국의 불신은 정치적 차원을 넘어 군사적인 측면에서 고려되기 시작했다.
미 국방성은「마르코스」대통령이 현 정부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내정을 개혁하지 않는한 필리핀은 10년이내에 월남처럼 공산화 될것이라고 경고한데 이어, 필리핀에 있는 미국의 클라크공군기지와 수빅해군기지를 남태평양의 사이판도나 티니안도로 옮기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아시아 지역의 자유진영을 지키는 후방기지이고 한국전투과 월남전쟁에서는 우리의 전우였을뿐 아니라 우리와 유사한 발전도상 국가라는 점에서 우리는 필리핀의 내정이 불안할 때마다 깊은 관심과 우려를 금할수가 없다.
필리핀의 반정부세력은 작년8월「마르코스」의 최대 정적인「아키노」가 미국망명중 귀국길에 마닐라공항에서 필리핀군부에 의해 사살된후 더욱 가열됐다.
「아키노」사망이후 1년동안 필리핀 화폐는 38%나 평가절하됐고 물가는 50%가 올랐다.
반정부시위도 끊일 날이없어 일요일인 7일에도 5만군중의 데모가 있었다.
특별조사위원회가 1년여에 걸쳐조사한 결과「아키노」사살책임이 군부호송원에 있다고 발표했는데도「마르코스」는 아무런 사후조치를 취한바없고, 누구도 책임진 사람이 아직은 없다.
정적의 생명을 자국영토안에서 보호하지 못하거나 사후에라도 범인을 색출·처벌치 않는 집권자는 이미 민주주의자로서의 집권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한다.
「마르코스」의 편에 서서「아키노」에게 사형을 의고했던 사법부도 그때문에 최근엔「마르코스」에서 떠나 반정부 집회를 금지한 정부의 결정을 거부, 집회허가를 내주었다.『비판적 협조』의 관계를 유지해온 가톨릭도「마르코스」의 실정을 규탄하고 반정부시위를 권장하고 나섰다.
지금 필리핀에서의「마르코스」지원세력은 측근으로 구성된 일부 관료와·군부의 고위층 뿐이다.
게다가 미국으로부터의 비판은「마르코스」로서는 견뎌내기 어려운 압력이 돼있다.
작년11월「레이건」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필리핀에 들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번에는 국방성이 나서서「마르코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고, 국무성은 필리핀의 공산화를 막기위해서는 반정부 야당세력에 의지할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미국의 필리핀 군사기지 이전은 중공이 ICBM (대륙간탄도 유도탄) 의 개발에 성공하면서부터 고려되기 시작한 문제다. 장거리 핵미사일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중공간의 관계개선으로 이전이 그리 절박한 문제가 아닌데도 이전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한 정파, 한 독재자의 무리한 장기집권으로 국민의 단결이 저해되거나, 국력이 낭비되고, 정부기능이 마비되는것은 국가적 비극이 아닐수 없다.
동아시아의 안보와 민주주의 부활을 위한「마르코스」대통령의 애국적인 개혁을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