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동네 책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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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서, 대형 체인에 밀려서, 우리네 골목에서 사라졌던 서점이 슬며시 하나 둘 부활하고 있다. 친구 집처럼 익숙하고 정다운 동네 책방 5곳.

일단멈춤
일상에 치여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마뜩하지 않을 때 ‘일단멈춤’에 들어와 잠시나마 충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트렁크, 세계지도, 비행기 티켓 등 실내 곳곳에 여행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소품이 진열된 여행 전문 서점. 이곳에서는 흔히 떠올리는 두툼한 여행 가이드북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여행자들의 시선이 담긴 에세이, 세계 여러 도시의 문화와 역사, 인문학을 다룬 책들이 구비돼 있다. 책을 슬쩍 들춰 보는 것만으로도 낯선 세계를 상상하는 설렘을 경험할 수 있다.
add 서울특별시 마포구 염리동 숭문16가길 9

베로니카 이펙트
동화책을 만드는 게 꿈이었던 커플이 차린 아담한 그림책 전문 책방. 뭐든지 대칭을 중시하는 주인장의 성향으로 한쪽 벽엔 국내, 또 다른 벽에는 해외 그림책을 데칼코마니처럼 진열했다. 호주에서 공수한 빈티지 도서부터 프랑스, 인도, 중동 지역의 동화책까지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들이 가득 하다. 알록달록한 그림책에 둘러싸여 있으니 잃어버린 상상력의 세계가 회복되는 기분이다. add 서울특별시 마포구 어울마당로2길 10

오디너리 북샵
책과 사람의 인연을 맺어주는 곳, 골목을 거닐다 자연스럽게 들어와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오디너리 북샵’. 책장엔 주로 소규모 독립 출판물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단행본 그리고 개성 있는 아트 북이 빼곡히 꽂혀 있다. 이따금 독서 소모임과 워크숍도 열린다. 통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실내를 환하게 비추는 공간은 성북동 골목 풍경과 참 잘 어울린다.
add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6가길 1 한경승한의원

헬로 인디북스
지난해 11월 서교동에서 연남동으로 전입 신고한 ‘헬로 인디북스’. 국내에서 발행된 다양한 종류의 독립 출판물이 이곳의 주 메뉴다. 서점을 방문한 이들은 마음 가는 대로 책에 대한 기대나 감상 등을 끼적거려 책 표지에 붙여두곤 하는데, 마치 ‘손글씨 SNS’를 공유하는 것 같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입구 한 켠은 아담한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메일로 신청받은 아티스트들의 글과 그림, 사진 등을 2주 간격으로 전시하고 있다.
add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46길 33

만일
‘만일’이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책을 통해 더 큰 가능성의 세계를 꿈꾸는 곳. 환경, 사회, 문학의 세 가지 테마 아래 다양한 읽을 거리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다. 이 서점은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실천하고 있는데, 책 읽을 공간이 필요한 동네 주민이 자발적으로 빈 서점을 지키는 ‘주민지기’ 제도가 그중 하나. 방문자들은 자신이 구입하고 읽은 책을 기록하는 ‘독서 카드’를 통해 목록을 채워 나가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add 서울특별시 마포구 희우정로16길 46

에디터 엘르 임세은, 사진 엘르 김정아, 디자인 엘르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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