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인간 … 이제 세상을 휴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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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는 손바닥 안에서 정보통신 혁명이 일어난다. 휴대전화 크기의 단말기로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도 안에서도 휴대전화를 통해 대용량의 영화 콘텐트를 내려받아 즐길 수 있게 된다. 새해부터 TV와 인터넷이 거리로 나간다. KT와 SK텔레콤은 초속 20메가 비트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인 휴대인터넷을 올 상반기 중 상용화할 예정이다. 또 SK텔레콤과 KTF는 기존의 3세대 이동통신보다 전송 속도가 7배나 빠른 3.5세대 이통서비스(HSDPA.고속하향패킷접속)를 올해 시작할 계획이다.

KT는 또 올 하반기에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인터넷 TV를 출범할 계획이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DMB 서비스를 본격화했고, 이에 맞서 SK텔레콤 계열의 위성DMB 업체인 TU미디어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KT와 SK텔레콤의 경쟁=KT는 올해만 휴대인터넷 사업에 5000억원을 투입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3월부터 KT는 서울 강남과 신촌, 지하철 분당선 등에서 휴대인터넷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SK텔레콤은 올해 HSDPA에 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휴대인터넷 부문에 모두 8000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유선 시장의 최강자인 KT와 무선 시장의 최강자인 SK텔레콤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됐다. 그동안 두 회사는 서로 영역이 달라 직접 부딪친 적은 없었다. 그러나 KT가 휴대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휴대인터넷 사업을 통해 KT가 무선 시장에 진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KT는 휴대인터넷을 통해 무선 인터넷 전화 사업을 펼칠 수도 있고, 무선 인스턴트 메시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KT 홍원표 전무는 "현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선 초고속 인터넷을 무선으로 옮겨놓은 셈"이라며 "휴대인터넷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촉진해 '제2의 인터넷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올 연말까지 전국 84개 시에서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은 휴대인터넷과 HSDPA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휴대인터넷이 서비스되지 않는 지역에선 HSDPA망을 이용해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풍부한 무선 서비스 경험을 활용해 KT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통신과 방송의 격돌=지난해 12월 KBS.MBC.SBS 등 방송사들이 지상파 DMB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가 긴장하고 있다. 유료 서비스인 위성DMB와 달리 무료 서비스인 지상파DMB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KTF와 LG텔레콤이 지상파DMB폰을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하루에 평균 300여 대씩 지상파DMB폰이 팔리고 있다"며 "가격이 비싼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잘 팔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상파DMB의 공세에 맞서 TU미디어는 지상파에선 서비스하지 않는 좋은 품질의 콘텐트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DMB서비스로 인해 휴대전화의 가치와 활용 방법도 달라졌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동욱 교수는 "음성 통화 위주의 기기였던 휴대전화가 DMB서비스를 계기로 종합 오락 기기로 새롭게 탄생했다"며 "지상파와 위성DMB 간의 경쟁은 무선 영상 콘텐트 시장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과 방송의 다툼은 인터넷TV 부문에서도 치열하다. KT는 최대 999개까지 채널을 늘릴 수 있는 인터넷TV 서비스를 올 하반기에 제공할 계획이다. KT의 인터넷TV 사업에 맞서 케이블TV 업체들은 인터넷 전화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인터넷TV의 서비스 시기 등을 놓고 통신업계와 방송업계의 시각이 크게 차이 난다. 방송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이 인터넷TV의 공익성을 먼저 확보한 뒤 서비스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정보통신부는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고 규제 문제는 이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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