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정말 바보상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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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바보상자인가, 아니면 좋은 친구인가? 이제는 예전처럼 몇 개의 채널을 강제적으로 시청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많은 채널이 케이블 방송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고 있고, VOD서비스로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TV가 안 좋다고 무작정 치워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드라마와 영화를 비교해보자. 드라마는 공부에 많은 방해가 된다. 하나의 스토리를 여러 편으로 나누어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 동안 정기적으로 TV앞에 앉아 있게 된다. 즉 중독성이 강한 휴식방법이다. 게다가 집중하지 않아도 될 만큼 친절하게 스토리를 전개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정말 얻는 것이 없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많은 내용을 한두시간 동안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영화는 상당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또 많은 복선을 통해 상상력과 조직적 사고능력을 키워주는 등 두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긍정적인 영화를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좋은 선생님의 역할도 하게 된다. 영화를 함께 본 사람끼리 5분 정도 스토리를 시간 순으로 이야기하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훈련이 된다. 또 명작 영화를 더빙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면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요즘 TV 프로 중에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 커뮤니케이션 혼란을 극복하고자 하는 상상플러스의 올드 앤 뉴, 건강한 생활을 위한 비타민, 기존의 상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스펀지 같은 프로가 권장할 만하다. 짧은 시간이나마 즐거움과 동시에 두뇌에 기름칠을 하게 하는 바람직한 오락프로라고 생각된다.

심야토론 프로도 좋다. 토론의 올바른 방식도 생각하게 되고, 출연자들의 견해와 자신의 의견을 비교하면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도 있다. 역사물을 보면 교과서에서는 찾을 수 없는 배경지식과 화면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생생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공부는 책을 통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TV도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바보상자를 넘어 좋은 친구이자 선생님이 될 수 있다.

민성원 제네랄미디어 대표 / 중앙일보 프리미엄 전속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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