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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선조의 숨결 깃든 녹음 … 새록새록 산성에서 만나는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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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山城)이 있는 산은 대개 오르는 재미도 있고 조망이 뛰어나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역사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산성 산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엔 도처에 산성이 흩어져 있다. 사진은 부산 금정산성. [사진 중앙포토]

진달래에 이어 철쭉도 졌다. 한낮 기온은 25도를 넘는다. 잠시 한눈 팔고 나면 여름이다. 그전에 산성(山城)을 품은 산을 찾는 산행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산성이 있는 곳은 대부분 조망이 좋고 우리 역사를 돌아볼 수도 있어서 주말 산행지로도 제격이다. 더구나 다음달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부산 금정산성은 국내 최대 규모
둘레길 생긴 북한산성, 숙종 때 축조
예산 임존산성엔 백제의 비애 가득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가 의병을 일으킨 날이다. 곽재우 장군은 경남 의령에서 의병을 일으켰으며 홍의장군으로 불렸다. 정유재란 때는 경상좌도방어사에 임명돼 창녕의 화왕산성을 지키며 일본군이 경상우도로 진공하는 걸 막았다. 화왕산성은 창녕 화왕산(757m) 정상에 축조됐다. 처음 축조된 것은 가야 시대로 추정된다. 화왕산은 진달래와 억새로 유명하다. 등산로 인근의 만옥정공원에는 신라진흥왕척경비와 대원군의 척화비가 있으며, 송헌동에는 가야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군이 있다.

산성의 역사는 유구하다. 강화 정족산(220m)의 정족산성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해서 삼랑성으로 불린다 하니 그만큼 역사가 깊은 셈이다. 특히 삼국시대에 많은 산성이 축성됐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고경명이 의병을 일으킨 전남 담양에는 금성산성이 있다. 장성 입암산성, 무주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 3대 산성으로 꼽힌다. 금성산성이 있는 산성산(603m)은 담양호와 추월산을 바라보는 조망이 뛰어나다. 일본의 재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산성도 있다. 부산 금정산성은 조선 숙종 때 금정산(해발 801m)에 축성됐다. 둘레 약 17㎞로 가장 규모가 큰 산성이다. 부산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으로 범어사 기점 등 많은 등산로가 있다.

북한산성도 숙종 때 지어졌다. 그때까지 남아 있던 고려의 중흥산성을 이용해 여러 봉우리를 이어서 축조됐다. 북한산성 안에는 행궁도 지었다. 북한산(836m)은 서울 도심에 있어서 산행 기점이 다양하며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총 연장 71.5㎞에 달하는 둘레길을 걷는 것도 북한산을 즐기는 방법이다.

충남 예산 봉수산(483m)의 임존산성은 백제 멸망의 비감이 서린 곳이다. 백제 유민들은 주류성이 함락된 다음 임존산성에서 항쟁을 계속했다. 진달래군락지와 억새로도 알려졌다. 자연휴양림과 수목원을 이용할 수 있다. 패자의 한이 서린 곳으로는 춘천 삼악산(654m)도 있다. 철원에서 왕건에게 패한 궁예가 근거지로 사용했다고 하는 삼악산성 터가 있다.

산성과 등산 정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청 홈페이지,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정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승수 객원기자 sng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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