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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나는 하나…언제나 춤을 춘다" | 내한 공연 앞둔 「누레예프」 파리서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파리 오페라좌의 골방. 4평 크기의 이 방이 러시아 태생의 세계적인 발레 댄서 「루돌프·누레예프」가 파리 오페라좌에서 일하는 동안 사용하는 전용실이다.
그의 탈의실·분장실 겸 휴게실이기도 한 이 방안엔 낡은 1인용 침대 하나와 큰 거울이 달린 화장대, 그리고 피아노 1대가 놓여 있다.
10월 중순부터 파리 오페라좌에서 공연 예정인 「프로코피에프」의 3막짜리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안무 책임을 맡고 있는 「누레예프」가 땀을 비오듯 흘리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기자와의 회견 때문에 연습 도중 잠시 틈을 낸 것이다.
기자는 우선 「누레예프」로 대표되는 비엔나 국립발레단의 서울공연(중앙일보사 초청· 9월 21∼23일)에 기대가 크다고 인사했다. 「누레예프」의 의사에 따라 회견은 영어로 했다.
-한국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
▲동경에는 두 차례 간 일이 있으나 서울은 처음이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다만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나라라는 말을 여러 차례 전해 들었다.
-서울 공연에는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레퍼터리로 선택했는데, 이 작품을 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내가 안무를 맡았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의 하나다. 캐나다·비엔나·일본, 그리고 밀라노의 스칼라좌 공연 때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도 이 작품으로 전통 고전발레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다.
-발레는 서양예술이다. 경험으로 보아 동·서양 관객 사이에 눈에 띌만한 차이가 있는가? ▲전혀 없다. 내게 있어서 차이라면 관객이 내 춤을 보러오느냐, 안 오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관객이 오면 성공이고, 오지 않으면 실패다.
-흔히 「누레예프」의 춤에는 마술이 있다고들 한다. 또 당신을 「무대위의 야수」라고도 부르고 있다. 귀하에 대한 이런 논평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그들의 자유다. 무대 위에서 나의 춤이나 모든 행동은 스스로 컨트롤 되고 계산된 것이다. 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은 『나는 프러페셔널이다』라는 한마디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발레 댄서가 된 동기는?
▲내가 발레 공연을 처음 본 것은 여섯 살 때였다. 『우파의 오페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발레 댄서가 되기로. 그래서 나는 발레 댄서가 됐다.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발레리나는 누구인가?
▲한국공연에 함께 가는 「에바·에후도키모바」와 「모리시따·요꼬」가 「폰테인」 이후 가장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들이다.
-춤을 추지 않는 시간엔 무엇을 하고 지내 는가?
▲나는 그런 시간을 가져본 일이 없다. 나는 언제나 춤을 춘다. 돈을 써 볼 틈도 없다. (그러나 가끔 파리의 벼루시장에서 그림이나 골동품을 고르고 있는 「누레예프」를 만난 사람은 많다.)
-한국에도 당신의 팬이 적지 않다. 또 뛰어난 발레 댄서를 꿈꾸는 사람도 많다. 서울공연에 앞서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기브 업(포기) 하라고 말하고 싶다. 춤을 포기하라는 말이다. 춤추기를 포기함으로써 우리는 춤속에 들어갈 수 있다. 춤과 내가 하나여야 한다. 춤을 추고 있다고 느낄 때는 이미 우리는 춤밖에 있는 것이다.
회견을 마치고 일어서면서 「누레예프」는 서울 날씨를 물었다. 아직 수영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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