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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는 아침]-'불 혓바닥의 라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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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동호(1948~)'불 혓바닥의 라이트'전문

캄캄한 복판을 직진해 오는 헤드라이트

몸 놀릴 틈 없다
살려고 하는 자는 살지 못한다
마사이족의 전사처럼 일격의 창을 던져라

캄캄한 어둠의 복판에서
라이트가 터지는 순간 가늘게 들리는
모기 울음소리 듣지 마라
성난 호랑이 불 혓바닥을 뽑아라



명상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라. 급할수록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미욱한 것에 현혹되지 않고 사리분별을 할 수 있다. 시의 부제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의 달마는 옛날에 그런 가르침을 위해 동쪽으로 온 현자. 그러나, 몸 놀릴 틈도 없이 단번에 운명을 결정해야 할 때는 '성난 호랑이의 불 혓바닥'에 '전사의 창'이 되어 맞서야 할 때는 어떤가? 바로 그때의 '혼의 정점'을 위해, 마음 비우기를 수행하라는 달마의 가르침을 다시 듣는다.

박덕규<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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