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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소련제 SLBM 사출장치 일본 통해 2003년 수입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일 SLBM 사출실험을 지켜보고 있는 김정은. [사진 노동신문]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사용된 미사일 사출장치가 2003년 일본 무역상을 통해 러시아에서 들여온 구(舊)소련제를 모델로 개발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SLBM 사출장치는 잠수함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정상 비행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장치다. 북한은 지난 8일 SLBM 사출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16일 국방 관련 싱크탱크인 안보정책네트웍스(대표 홍성민)는 “2006년 미국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3년 일본을 통해 퇴역한 러시아 잠수함의 미사일 사출장치를 수입했다”며 “이를 기본 모델로 개발한 사출장치를 신포급(2000t) 잠수함에 장착해 실험에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우리 정보 당국도 미 의회보고서 등을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해 비공개로 국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2006년엔 북한의 SLBM 개발 추진 사실 자체가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에 앞서 1993년 북한은 일본을 통해 퇴역한 소련제 골프급(2800t) 디젤 잠수함 10여 척을 도입했다. 이때 전략 군사물자인 탄도미사일 사출장치는 제거된 채 인도됐다. 북한은 신포조선소에서 선체를 해체한 뒤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신포급 잠수함을 건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잠수함은 길이 67m, 폭 6.6m로 북한의 잠수함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안보정책네트웍스는 “93년 북한이 소련 잠수함을 들여올 때 탄도미사일 사출장치가 제거됐기 때문에 2003년 따로 수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출장치를 수입해 준 일본 무역상의 정체에 대해선 밝혀진 게 없다.

북한이 2007년 배치한 사거리 3000~4000㎞의 무수단 미사일은 소련제 R-27(나토명 SS-N-6) 탄도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R-27은 원래 SLBM으로, 1990년대 러시아에서 도입했다. 북한은 R-27의 액체연료와 엔진 기술을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에 적용했다. R-27은 기술과 성능이 검증된 탄도미사일로 북한이 SLBM으로 활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SLBM 전력화를 위한 기술적 문제들을 거의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 당국은 2~3년 내에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실전에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핵탄두 장착 능력이다. SLBM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1t 이하로 소형화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거의 임박한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이 실전에 배치되면 북한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중·장거리 미사일 외에도 잠수함에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게 된다. 홍성민 대표는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의 실전 배치”라며 “수십 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온 만큼 4~5년 내에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을 전력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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