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재인 “공천지분 챙기려 당 흔드는 이들과 타협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당 보좌진 한마음 체육대회에 참석해 고무신으로 과녁 맞히기 게임을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당 내분 사태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담은 원고지 14장 분량의 발표문을 준비했으나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발표하지 않았다. [김성룡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기득권을 지키고 공천 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거나 당을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 굴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14일 작성했다.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4·29 선거 참패는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고 주장하는 비노 진영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어서 당내 분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문 대표가 준비한 글은 ‘분열은 공멸입니다. 이제 단결해야 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이다. 그는 비노 진영을 겨냥해 “당 일각의 지도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 당을 분열과 혼란으로 밀어넣고 있다. 사심을 갖고 위기를 가중시켜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어떤 식으로든 문 대표가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라”는 김한길·박지원 의원 등을 겨냥한 셈이다.

 그는 “계파 패권적 공천이나 계파 나눠 먹기식 공천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다음 총선의 공천은 새로운 제도에 의해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 개인의 자의가 개입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문 대표는 “당이 어려운 틈을 이용해 기득권과 공천권을 탐하는 사람은 과거 정치이고,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께 맡기고 사심을 버리는 게 개혁 정치”라며 “내가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대표직을 온존하기 위해 그런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친노 패권주의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비노계의 주장에 대해선 “패배의 책임을 막연하게 친노 패권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지 묻고 싶다. 새누리당이 우리를 상대로 종북몰이 하듯이 우리 내부에서 막연한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당을 분열시켜선 안 된다”고 역공을 폈다. 그런 뒤 “특정 계파의 패권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고, 특정 계파의 이름으로 패권을 추구하고 월권하는 사람은 제가 먼저 쳐낼 것이다. 제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의원들과 당원들의 총의라면 언제든 결단할 각오가 돼 있고,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저를 던지겠다”면서도 “무책임한 사퇴가 전투 패배의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런 내용이 담긴 원고지 14장 분량의 글을 긴급 소집한 비공개 지도부회의에서 공개했다. 글을 읽은 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 등이 반대해 결국 발표는 무산됐다. 하지만 문 대표의 핵심 측근은 “문 대표는 글을 발표하길 원했고, 밤새 내용을 직접 다듬었다”고 전했다.

 이날 김한길 의원은 발표문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했으나, 그의 참모는 “문 대표가 결국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기로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총선 공천 지분 운운은 사실이 아니다”고 적었다.

글=강태화·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