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0세 정년’더 늘릴 수도 없고 …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골머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무화한다고 나섰지만 일부 공공기관은 이에 따르지 않거나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정년이 60세가 넘는 기관은 정년 연장 효과가 없고, 권고안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기관들이 많아서다. 내년에 정년이 60세로 늘면 316개 전체 공공기관(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86개, 기타 공공기관 200개)은 퇴직 연장자 수만큼 신규 채용을 늘려야 한다.

 지난 13일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병원 측과 ‘임금피크제 도입안 철폐’에 합의했다.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파업 중이다. 합의안에 따라 정년이 만 58세에서 60세로 늘어나지만 임금피크제는 도입하지 않는다. 지난 4월 23일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임금피크제 추진 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7일 권고안을 내놨지만 따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기타 공공기관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노조와 합의했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내려오면 그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폴리텍대학은 200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전체 교원 1199명 가운데 1100여 명의 정년이 65세다. 61세부터 연봉이 매년 1%씩 최대 5%를 덜 받는다. 연봉이 깎인 이 학교 교원들은 지난해 10월 학교를 상대로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정년이 보장된 교원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 학교 인사 담당자는 “이미 소송까지 제기된 상황이고 2급 이상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어 강화된 임금피크제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폴리텍대학처럼 이미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정해두고 있는 기관들은 고민이 깊다. 권고안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이유로 60세를 초과해 정년을 연장할 순 없다. 316개 공공기관 가운데 정년이 60세가 안 되는 기관은 140개다. 나머지 기관들은 정년이 연장되지 않는데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년이 61세인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대표적이다.

공공연구노조 이경진 정책국장은 “대학교수 정년은 65세인데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정년을 늘려주지 않고 임금피크제만 도입한다면 연구원들의 이직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직원들의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노사 합의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2010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뒤 해마다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2008~2009년에 전 직원이 임금 인상분과 상여금을 반납해 마련했다.

 이에 기재부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전체 공공기관을 상대로 임금피크안 권고안 설명회를 연다. 송복철 기재부 제도기획과장은 “기관마다 연령 분포, 정년 등이 달라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긴 어렵다”며 “권고안을 토대로 기관장들이 나서서 기관별 특수성에 맞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