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고 오름세 탄 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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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잔잔한 호수’였던 채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올 3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2.00%→1.75%) 이후 떨어지던 국내 금리는 지난달 중순 바닥을 확인했다. 국내 금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져 지난달 17일 역대 최저치인 1.691%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반등하며 이달 들어 1.8~1.9%대로 국고채 금리가 올라 버렸다. 기준금리 인하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런 일은 왜 벌어졌을까. 전문가들은 대내외적 거시 변수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박응식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 채권부장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하락하던 국내 금리는 지난달 중반 이후 독일 등 선진국의 채권에 거품이 생겼다는 우려가 제기돼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안심전환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물량에 대한 부담이 남아 있는 것도 금리를 상승시킨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가 계속 상승하리란 쪽에 ‘베팅’을 하고 있다. 금투협이 채권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0%가 이달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10%대 수준이던 금리 상승 전망이 다섯 배로 커졌다. 금리 하락을 예상한 전문가는 4.7%에 불과했고, 45.3%는 보합으로 내다봤다.

 국내 요인으론 안심전환대출 MBS가 8일 발행이 시작된 게 꼽힌다. 34조원어치나 발행되고, 국고채 기준으로 가산금리(0.1~0.28%)가 붙어 금리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 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을 유동화하기 위해 8일 MBS를 처음 내놓은 결과 시장 충격 없이 무난히 입찰을 마쳤다”며 “시장 상황을 봐가며 6월 말~7월 초까지 총 34조원 규모의 MBS를 탄력적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시 변수 말고도,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 역시 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 들어 신용등급에 변동이 생긴 기업은 총 54개다. 이 중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44개로 상승한 기업(10개)의 4배 이상이다. 이중 회사채가 투기등급으로 평가된 곳은 19개였다. 건설·철강·정제·발전·화학 등 업황이 나빠진 기업에서 등급 하락이 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에서 10개 기업의 등급이 하락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6월쯤 신용 등급 조정이 많이 이뤄진다”며 “다음달 독자신용등급 도입과 함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기업의 등급 하향이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상승을 막는 요인도 있다.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다. 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많아지면 금리가 떨어진다. 지난달 국내채권형(혼합형 제외) 펀드에는 3조원이 순 유입됐다. 국내주식형(혼합형 제외) 펀드에서 2조7000억원이 빠져나간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다. 기준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도 남아 있다. 금리 상승세를 단번에 되돌릴 수 있는 변수다. 15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 시장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주택저당증권(MBS)=은행이 주택을 담보로 장기간(만기 10~30년) 빌려준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말한다. ‘Mortgage Backed Securities’의 약자다. 안심전환대출 MBS의 경우 은행이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을 팔면 그 채권을 주택금융공사가 되사들인다. 주금공은 대출 채권을 바탕으로 MBS를 발행한다. 대신 정부와 한은은 주금공의 자본금을 늘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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