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29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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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은 최근 「새 세대 전투기」 한대를 공개했다.
90연대를 대비한 X-29. 「조지·부시」 부통령까지 참석한 공개행사였던 만큼 미 국방성의 기대가 대단한 전투기다.
그러나 그 비행기는 오는 11월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첫 비행을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5월 미 공군의 한 장성이 「새로운 스텔드」기술을 시험 중 네바다주에서 추락,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스텔드 계획은 77년 개발에 착수한 끝에 7년만인 최근 완성단계의 실험 중이었다. 스텔드는 소련영토주변을 둘러싼 삼엄한 대공망도 거침없이 돌파할 수 있는 「레이다에 집히지 않는 비행기」다.
그에 비해 X-29는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하면 소련의 최신예기들을 압도할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장비하고 있다.
이 비행기의 강점은 비행 통제컴퓨터.
주날개와 보조날개를 조절하는 기능이 탁월하다. 1초에 4O번씩 날개를 점검하며 조종사의 뜻대로 비행을 지시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X-29가 항공기의 기본 형태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것. 비행기 모양이 우선 파격적이다.
날개는 몸체의 맨 끝에 달렸다. 그것은 뒤쪽으로 사선을 지으며 뻗쳐있던 것을 거꾸로 뒤집어 앞쪽으로 향해 있다.
모양만 괴상한 게 아니라 기능 또한 놀랍다. 초음속으로 달리는 X-29는 재래식 날개를 단 비행기보다 훨씬 더 민첩하게 움직인다.
급선회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권투선수가 상대의 펀치를 피하기 위해 몸을 살싹 숙이는 듯 페인트 모션을 취하는데도 기가 막힌 성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비행기의 날개 형태가 이 세상에 처음은 아니다. 비행기의 발명자라고. 할 「라이트」 형제가 처음 만들었던 비행기가 바로 이런 모양이었다는 건 아이러니다.
X-29같은 전방 경사익 비행기의 출현은 벌써 1930년대부터 기대됐다. 이런 비행기엔 세가지 장점이 있다. 항력이 적어 비행이 자유자재고, 활주거리가 짧으며, 동체설계가 쉽다.
그러나 날개의 공기 저항이 문제여서 실현이 어려웠다. 새 소재의 출현은 그걸 가능하게 했다. 금속보다 가벼운 탄소섬유나 석묵이 그것이다.
이 비행기 제작에 그루먼사는 벌써 4천만달러 (3백20억원)를 썼다. 미 국방성은 개발비로 9천3백만달러를 썼다. 그러나 아직도 실용은 90년대 중반이나 돼야 가능하다.
무기경쟁의 시대는 엄청난 자금으로 또 다른 괴물을 만들어 내는데 열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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