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맡긴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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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번 사건에서는 금괴운반에 종전의 수법으로 한계를 느낀 범죄조직의 「항공기 자격변경」이용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
즉 항공기가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자격이 바뀌면서 까다로운 세관검색이 생략된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금괴가방을 홍콩에시 운반한 정효선씨는 국제결혼후 동남아(말레이지아)에 거주하며 뚜렷한 목적없이 1년이면 20여차례나 국내에 들어와 통상의 밀수범들의 동일행태로 세관당국은 당연히 요주의 인물로 사전에 감시를 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감시기자재가 아무리 발달하고 그런 시설을 갗추었다 해도 내부에서 짜고하는 범죄에는 속수무책이란 것이 또한번 입증됐다.
비행기가 자격변경을 했을 경우 물건은 내려놓을 필요없이 기내에 둔채 국내로 반입될 수 있다. 이 경우 기내에 숨겨놓은 물건을 보호해줄 내부인사만 있다면 밀수품은 안전하게 반입될 수 있다.
더우기 세관당국의 승기검사는 거의 형식적이다.
이번처럼 화장실의 캐빈속이나 기내식창고·면세품판매대·화장실의 은밀한 곳 등에 은닉한다면 사전정보 없이는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특히 KAL의 보안승무원이 이번처럼 범행의 공조자가 될경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셈이 되어 언제고 밀수감시망은 뚫리게 마련인 것이다.<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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