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엇이 「마당」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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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당극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 논의도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최근 극단 「연우무대」가 공해풀이 마당극 『나의 살던 고향은…』공연과 관련, 6개월 공연정지 처분을 받음으로써 마당극 논의는 그 강도를 더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과연 마당극은 무엇이고 그 형식과 구조는 어떠하며 오늘의 쟁점과 과제는 무엇인지, 지상토론 「마당극」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주>
70년대 중반 이후 주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리를 굳혀 왔던 「마당극」또는 「마당굿」이라는 용어는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것으로 되었다. 이것은 마당극이 대학생들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에게도 상당히 공감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중요한 자기표현 방식임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마당극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은 60년대의 무리한 산업화가 빚은 사회적 모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식민지시대의 문화적 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가운데 급격히 밀려든 외래의 퇴폐문화·소비문화는 우리민족의 고유한 미풍양속과 생산적 기풍 및 훌륭한 공동체적 유산을 파괴하고 경박·외설·사치·모방의 풍조와 극단적인 개인주의, 말초적 쾌락과 관능·괴기만을 추구하는등 문화의 타락과 부패가 누적되어 왔다.
이런 사회·문화적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전통민속문화에서 새로운 문화의 맥락을 찾으려는 운동이 전개되었고 70년대에는 탈춤이 전 대학가를 휩쓸게 되었다. 원래 탈춤은 봉건체제 아래에서 억압받던 계층들의 단합과 결속을 위한 공동의 집회방식이자 공동의 표출 통로로서, 고난받는 민중저변의 염원이 응결되어 피어난 민중예술의 결정체였다.
이러한 사회전반의 추세와 함께 필연적으로 탄생한 시대적산물이 바로 마당극이라고 하는 민중적 예술이념이라 하겠다. 즉 『식민지적 문화관에서 탈피, 민족고유의 전통민속연희를 그 정신과 내용·형태면에서 창조적으로 계승해 오늘에 거듭나게 한,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건강한 생명력이 발휘될 수 있는 삶과 직결된 연극』인 것이다.
우리가 이것을 「민중극」「현장극」「상황극」 혹은 「광장극」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는데 구태여 「마당극」이라는 용어를 취하게된 것은 「마당」이란 말에 우리가 바라는 이념과 형식이 두루 담겨 있고, 한편으로는 전통민속극의 맥락을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마당」은 본래 집의 앞이나 동네 가운데의 평평하고 너른 터로 마을 전체사람들이 「공동으로」 노는 장소를 의미한다.
「마당」은 또 상황적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가뜩이나 바쁜 마당에 또 일이 터지다니…」와 같이 지금 그곳에서 막 일어나고 있는 일의 현장, 즉 「생활마당」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렇게 볼때 「마당」이라는 단어는 장소적 의미와 상황적 의미를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탈판·소리판·춤판·굿판·잔치판·놀이판이라고 할 때의「판」이라는 단어와 같이 쓰이며 「마당극」「판굿」「마당굿」은 유사한 개념으로 쓰임을 알수 있다.
끝으로 마당극의 특징은 연희자와 관중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옛날 동네마당의 주인이 따로 없었듯이 전통민속극은 수많은 관중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재창조되고 축적되어 하나의 극형식으로 완성되어왔다.
즉 민주정치가 다수 국민의의사가 반영되어 이루어짐과 같이 전통민속극은 구경꾼인 민중의 염원이 뭉쳐지고 다듬어져서 열매를 맺은 것이었다.
마당극도 그 창작과정부터가 하나의 민주적인 토론과정으로서 우리 시대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공동의 노력이 기울어져야 할 것인가 등등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창작작업의 시작인 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것이 성취될 때까지 계속해서 관중과 함께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넓혀가는 과정이야 말로 마당극의 일관된 생명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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