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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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가에 앉아>-임정<부산시 북구 금곡동1276>
뭣 하나 줄 것 없는 속살 트는 하늘 아래
설익은 생각들만 몸을 털고 날아간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여백 아려오는 긴긴 나날.
흐르다 간 저녁 노을물 굽이로 내려 틀고
바람 업은 마음 그나마 나래 접어
산그늘 먼먼 이야기 별이 되어 내린다.

<카페리호>-김정수<경기도 성남시 상대원1동364의14>
밤바다 말없이 누워 가는 길 열어 주고
등대는 뱃불 오라며 윙크하고 손짓한다.
파도는 하이타이 풀어 어둠자락 줄곧 빨고.

<바닷가에서>-임재룡<충남 아산군 온양읍 온천리 7구149의35>
그 피안 생각들이 썰물되어 밀린 자리
바람만 불대로 불어 바닷새 울다 간 자리.
고요는 조개껍데기로 남아 눕고 마는구나.

<소나기 뒤끝>-이애이<전북 상산시 송풍동928>
징소리 징징 울어 비극은 막내렸다.
한아름 한숨 안고 돌아서는 발걸음들
촉촉이 젖은 눈망울 생기 한결 돋운다.

<바람>-이연희<부산시 부산진구 범전동l02>
그대는 잠든 바다를 푸른 눈으로 깨워놓고
대숲 머리카락을 산발로 일으키다.
소문은 갈기를 세워 시위처럼 몰려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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