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결혼 많이 한 이집트 파라오들, 키를 재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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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미라 259구의 키를 조사해 파라오의 근친 결혼을 증명한 연구가 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디스커버리뉴스는 13일(현지시간) 취리히 대학의 진화대학연구소 프랭크 륄리 박사 연구팀이 이집트에서 출토된 미라의 키를 집중 연구해 ‘미국 인류학 저널’에 실었다고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고대 파라오의 평균 키는 165.8cm였고 왕비와 공주의 평균은 156.7cm였다. 이들이 기원전 20세기 내외에 살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키다. 왕가 태생의 키는 거의 차이가 없이 비슷했다. 반면 당시 일반인 남성의 경우 161cm~169.6cm, 일반인 여성은 155.6~159.5cm로 꽤 넓은 범주를 보여줬다. 이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다른 집안과 결혼해 다양한 유전자가 섞임으로써 키가 들쑥날쑥 한 데 반해 파라오들의 키는 근친 결혼 때문에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륄리 교수가 유전자 검사가 아닌 키를 연구에 활용하게 된 건 미라의 조직 파괴를 우려해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유전자 검사가 아니더라도 미라를 통해서 우리는 고대 이집트 인들에 대한 여러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러프버러대학의 배리 보긴 교수는 “유전적 다양성뿐 아니라 생활 환경에 따라 키가 변하는데, 이집트 왕가의 경우 높은 수준의 생활환경 덕에 키의 변화가 일반인 보다 훨씬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긴 교수는 과테말라의 5~14세 소년ㆍ소녀의 키를 분석해 이번 연구와 유사한 결론을 이끌어 냈었다.

고대 이집트 문헌에서는 파라오들이 신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성한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부모·형제·사촌과 근친혼을 하곤 했다. 어린 나이에 파라오에 오른 투탕카멘 왕의 경우 입천장 갈림증을 비롯해 다리에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이교도 왕으로 알려진 아케나톤으로 여동생과 결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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