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강조하지만 역시 득표력|전대통령 회견 계기로 활발해진 민정 공천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빠르면 두달 후, 늦어도 반년후면 실시될 12대 선거를 앞두고 정가의 관심이 각 정당의 공천에 쏠리는 건 당연하다. 특히 전두환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민정당의 공천기준에 언급한 뒤 민정당내에는 「기준」과 「사람」에 관한 논의가 부쩍 잦아졌다.
어떤 일이 공천에 불리하고 어떤 사항이 강점으로 작용하는지 민정당 주변 논의를 정리해본다.
○…전대통령이 밝힌 민정당의 공천기준은 매우 포괄적이어서 구체적으로 대상인물을 점치기는 곤란하다.
전대통령은 먼저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는 공인의식을 강조하고△지역이나 각 분야에서 존경을 받고△전문지식을 갖추고△깨끗하며△유능한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민정당내에는 총재의 이 같은 원론적 기준을 놓고 각 분야 전문가가 많이 기용 될 것 같다든가, 「치부형경력」이 없어야 유리할 것이라는 여러가지 추측이 돌고 있으나 아직껏 구체적인 얘기는 없는 상태.
다만 이번 공천은 11대 때와는 매우 다르리라는 것이 당 안팎의 일치된 「감」이다. 시간과 경험부족으로 충분한 검토를 못했던 11대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사전에 치밀한 대상자선정과 검토작업이 있게 되고 특히 당총재의 의중이 결정적이 되리란 추측이다.
○…민정당이 공천기준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사람을 고르는 형식으로 공천작업을 진행하겠지만 실제로 「원칙 속의 무원칙」 또는 「무원칙 속의 원칙」이 섞여 공천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공천기준으로 「청렴」이 매우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상 「득표력」 이 더 우선적인 고려사항이 될게 분명하다. 따라서 「청렴」 문제는 결격사유 유무로 체크 될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정당의 기본적인 목표는 다음선거에서 지난번 수준(35·6%)을 넘는 득표율을 거두고 92개 선거구에서 당 후보자를 모두 당선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당선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공천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천에 탈락될 현역의원은 지역의 득표기반이 지난번보다 좋아지지 않은 사람, 지구당관리가 소홀하거나 신망이 떨어진 사람들을 먼저 꼽을 수 있다. 그밖에 결격사유로는△품위손상△고령이나 의욕상실이 뚜렷한 사람△겸직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사람등이 꼽힌다.
실제 당의 도움으로 부도를 막은 겸직의원도 있고 국회의원직을 이용해 상당한 치부를 한 사람도 있다는 얘기가 돌고있다.
또△이권관계개입△부인등 가족관계로 문제를 야기한 사람△자녀가 데모를 한 사람등도 문제로 지적되며 심지어 주벽이 있다거나 사생활의 흠결도 약점으로 치부된다.
민정당 주변엔 이런 종류의 결함 때문에 탈락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종찬총무는 『개인의 비리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은 당의 관리밖에 있으며 정내혁씨의 경우가 한 예』 라고 밝혔다.
과거 공화당 때 당총재의 경고친서를 받은 사람이 있었듯이 요즘도 꼭 친서가 아니더라도 민정당의원 중에는 경고를 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치열하게 지역구 공천 경합을 하던 전국구의 C의원이 최근 갑자기 경합을 포기한 배경에는 사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 졌으며, 이권 개입등 불미스런 사례가 체크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천에서 득표기반을 따지는데는 지역적인·이·불 리가 큰 기준으로 작용한다.
야당의원과 출신 군이 겹친다든지, 유력한 출마자가 같은 지역출신이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지난 선거에서 92개 선거구중 90개에서 당선자를 내고 그것도 79개 구에서는 1등 당선한 민정당으로서는 지역적 이·부리를 득표율과 관련시켜 상당히 중시하는 편이다.
수차례에 걸친 괴문서에서 지난 선거의 2등 당선자가 거의 다 포함된 것은 민정당의 1등 당선우대풍조와 관련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특별한 잘못 없이 단순히 지역적 불리 때문에 문제가 되는 몇몇. 지역구는 현역의원을 탈락시키되 전국구로 구제한다는 말도 있으며 당 차원에서 공천 때 야당과 지역조정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민정당이 청렴을 강조한다고 해서 득표력이 약한 신인을 대거 발탁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축재과정이 불투명하거나 향락산업소유 등 지탄의 대상이 될 소지가 있는 기업인은 공천대상에서 대거 제외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11대보다 겸직의원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정내혁씨 사건이후 한때 「구 체제형 인물배제」 설이 돌았지만 시대를 기준으로 구 정치인을 획일적으로 도태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간부들의 얘기다. 그럴 경우 당이 「의리 없다」는 말을 듣지 않겠느냐는 것.
결국 민정당 공천기준은 청렴등 당 이미지와 관련한 「이상」과 득표력과 관련된 「현실」 간의 절충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가 일반적인 관측은 「현실」우선이 아니겠느냐는 쪽이다. <전 육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