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안갚는 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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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빚갚을 능력이 있으면서도 갚지않는 채무자를 처벌하는 이른바 「채무불이항죄」의 신설은 벌써부터 사회적 요구사항이 되어왔다.
사채를 끌어들인 뒤기업을 고의적으로 파산시키거나 갚을 능력이 전혀 없는것처럼 위장하는 악덕채무자의 횡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무부가 이런유의 채무자들을 처벌하는 관계법을 성안,형법에 삽입할 계휙을 세우고 있는것은 바로우리세태의 한 단면을 반영한 것이기도하다.
흔히 악덕채무자는 채권자들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해 패소할것이 예견되거나 패소가 확정되면 재빨리재산을 가족이나 친시들의 명의로뻬돌리는등 은닉시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채권자들을 울리곤했다.
이럴 경우 이들을 처벌할수 있는현행법은 강세직행면달죄등이 있으나 「고의성」 입증이 매우 힘든데다가 수사절차상의 어려움으로 처벌이 힘든 실정이다.
이때문에 악덕채무자는 전담변호사까지 채용,상습화하는 양상조차보이고 있으며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는 유행어까지 나돌았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떼인 충격으로 가정파탄이나, 정신질환에 걸리기도해 그사회해독은 이루 헤아릴수 없다.또 당국에 고소를 해도 민사사건이라하여 사기죄 성립이 안되고,민사사건에 호소해도 소송기간이오래 걸리고 소송비용 또한 적지않아 이같은 약점을 악용한 악질채무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노력도 않고 한몫을 챙기는 이같은 행위는 사회 각층에 물들게해 한탕주의를 낳아 신용사회의 부신풍조를 만연시킨다
법원의 판결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두드러지게 신성시되고 있는 영미법 체계에서는 이들 악덕채무자를 법정모욕죄로 다스리고 있다.서독·프랑스등은 이미 채무불이행죄를 형법에 두어 엄하게 처벌한다.
이 경우 채무불이행의 법적요건은 채무부닥능 고의적으로 재산을처분 또는 법적요권은 채권사와 채무자간의 신의를 저버리는 연위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채무불이행죄를 두고 있는 나라들은 일찍부터 신용사회가 정착된 나라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런법의신설엔 난색을 보이는 견해도 있다.또 민사사건의 형사화 우려가있으며 돈을 못갚는 행위를 체형으로 다스리는 것온 중세기에나볼수 있었던 법사고라는 것이다.또 전문 사채꾼들이 이법을 악용해 무일푼이된 단순채무자까지 처벌을 핑계로'괴롭히는 일도 벌어질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무일푼의 단순채무자는 사실상 비난하기도 어렴거니와 처벌의 가치도 없기 때문에 악덕채무자를 처벌한다고 단순채무자까지 처벌할수 있는 법을 만드는것은 법익이나 법정의로 보더라도 과연 온당한가 하는 희의를 갖게 한다.
또 금전거래 관계가 경색돼 가뜩이나 사채구하기가 어러운 실정에서 금융유통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칠 걱정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악덕채무자는 그 폐해가직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해독을 준다는 점에서 중대한사회악의 차원에서 다루어야하고 사회악 제거작업에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하지 않을수 없다.
또 이법 제정으로 가강 우려되는무일푼의 단순채무자 문제는 단서조항을 둔다거나하여 부작용은 어느 정도 피할수도 있다.
수사기술상 무일푼의 단순채무자여부를 가려내는것은 그리 어러운문제도 아니다.
채무눌이행죄의 신설은 이법 제정으로 파생될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향에서 신중하게 다듬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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