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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진화헬기가 관광용? "가족들과 함께 순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1일 오전 9시 50분 경남 산청군 공설운동장. 경남도가 산불감시와 조기 진화를 목적으로 민간업체에 위탁한 산불진화헬기가 이륙했다. 이날 탑승자는 기장과 부기장 외에 기장의 부인과 지인 등 4명이었다. 이들은 한 시간쯤 뒤인 오전 11시쯤 다시 돌아왔다. 철쭉이 만발한 산청과 합천의 경계에 있는 황매산 등을 돌아본 뒤였다.

민간업체에 위탁한 산불진화 헬기가 '관광용'으로 사용된 것이다.

경남도는 지난해 2월부터 내년 1월까지 사용 예정으로 민간업체 4곳으로부터 헬기 7대를 임차했다. 1대당 임차 비용은 평균 9억 5000만원, 총 66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헬기가 한번 뜰 때마다 시간당 55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가족 등을 태운 헬기는 이날 산청·하동·함양 등 3개 권역을 돌며 산불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불이 났다면 조기에 진화에 나서야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5일까지는 산불 방지 집중 감시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안병규 경남도 산림녹지과 계장은 "지난 2월부터 기장이 공설운동장 인근에서 숙박하느라 집에 가지 못했다"며 "그래서 가족이 오랜만에 찾아와 순찰할 때 함께 데리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장은 이날 가족을 함께 태웠다는 사실을 본사와 경남도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남도와 일선 시군은 산불진화 헬기를 임차한 뒤 매일 헬기 이착륙장 등에서 탑승자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도는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안 계장은 "헬기를 임대한 회사 등에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지시하고, 시·군도 헬기 이착륙장을 수시로 현장 확인해 목적 외 탑승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산청=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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