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관계의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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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지질도 편찬위 회의에 우리 대표가 참석함으로써 KAL기 사건이후 중단됐던 한소 교류가 1년만에 재개됐다.
미국과 함께 한반도를 분단, 점유한 외세로서 북한을 도와 6·25를 도발케한 소련은 우리로서는 정말 대하기 힘든 상대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우리 비무장 민항기룰 최신 군사무기로 격추시켜 2백여 인명을 수장시킨지가 1년도 채 안되는 지금으로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분노와 비분에만 무한정 얽매일수 없는것이 또한 우리의외교 현실이다.
이범석전외무장관이 지적한바와 같이 80년대 우리 외교의 최대목표가 한반도에서의 전쟁재발 방지라면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최대과제는 북방 공산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다.
우리의 북방정책에 있어서는 북한·중공·소련의 어느하나라도가벼이 볼수는 없다.
더구나 오늘날의 국대정치 상황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배제하고는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신중히 모색해 왔다.
북한의 끈질긴 방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노력은 어느 정도 실효룰 거두어 여러차례 우리 학자·경제인 및 스포츠팀이 소련을 방문할수 있었다. 82년 10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통신사기구(OANA)회의에 「스코베레프」 등 소련의 국영 타스통신 대표 3명이 정식으로 입국, 참석했고 전두환대통령과도 만났었다.
같은달 소련문화생 미술문화재 보호국장 「포포프」 가 세계박물관협의회 아시아지역 회의에 출석키위해 서울에 왔고, 83년 3월에는 역시 서울에서 열린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집행위 회의에 소련대표 2명이 참석했다.
이같은 인적 교류가 모두 비정치적 차원이긴 하지만 국제체제와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적성관계에 있던 양국간의 관계개선에는 중대한 발전임에 특림없다.
이런 관계가 최근 다시 열린것이다.
소련은 최근들어 중공과의 관개개선에 성의률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5월의 김일성 방소가 보여주듯이 북한과의 관계는 한층 밀접해졌다.
더구나 북한이 개방노선으로의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고, 한반도 논의를 위한 국제회의 방식이 거론되고 있는 이때 한소관계의 재개는 적절할뿐 아니라 꼭 필요한 변화이기도 하 다.
소련은 한반도와 그 주변의 평화와 안전에 있어서 최대의 적수라는 사실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KAL기사건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된다. 우리당국은 소련에 대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놓고 있다.
이 문제는 건전한 한소관계와 민항기 안전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소홀히 처리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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