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합작 영화 본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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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영화사상 처음으로 미국과의 본격적인 합작영화가 만들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 본사를 둔 훌리코 영화사는 최근 우리나라의 현진영화사(사장 김원두)와 손잡고 첩보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로 합의, 문공부에 제작신고를 내는 등 영화제작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영화는 미국작가「데니스·크리스틴」이 각본을 쓴 『외로움이 포키트에 가득』-.
휴전선에서부터 불과 한시간 거리에 있는 국제도시 서울. 이 서울을 무대로 펼쳐지는 소련·북한측과 미국·한국측의 치열한 첩보전을 담는다:
메거폰은 한국측의 이두용감독이 잡아 연출한다. 한국측 연기자들로는 신일룡·남궁원·김자옥·김형철등이 내정되어 있으며 미국측에서는 각본을 쓴「데니스·크리스틴」등이 출연할 예정인데 이감독이 직접 미국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이번주 안으로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제작비는 우리나라에서의 촬영에만 3억원정도. 이밖에 미국에서도 상당부분이 촬영된다. 제작비는 거의 대부분을 미국영화사가 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리코 영화사는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은 무명 영화사. 미국은 완전히 영화제작자 유화가 되어 있어 한편의 영화를 찍기 위해 영화사가 설립되었다가 목적이 이뤄지면 곧 없어지기도 한다.
이 영화사는 이번 영화제작 추진을 위해 이미 3개월 전부터 서울여의도에 연락사무소(소장 「파가노」)를 차려놓고 국내 영화인들과 교섭을 벌여왔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주로 홍콩·대만과 합작영화를 만들어 봤는데 대부분 우리영화사가 제작비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한 두 명의 한국배우를 동원, 극히 일부장면만 우리나라에서 찍는 식의 위장·얼치기합작으로 말썽을 일으킨 예가 많았었다.
따라서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한·미 합작영화는 거의 모든 자본을 미국에서 들여다 우리 감독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데 큰 뜻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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