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개구리 세계의 벽 몰랐다|LA올림픽 한국팀 노메달 종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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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LA올림픽의 막이 내리고 있다.
투기종목과 육상·양궁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경기가 끝이 났다.
호성적을 올린 여자농구·여자핸드볼과 계속 승전보를 안겨주는 유도·레슬링·복싱 등 투기종목.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심한 부진으로 실망을 안겨준 기록경기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예상한 결과지만 자신의 기록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기록저조는 어떤 이유로써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차기 올림픽 개최국의 정책적 배려에서 출전했지만 우물안 개구리에겐 세계는 너무 넓고 벽이 높았다.
등위보다 한국신기록 하나 없었다는 사실이 더욱 실망을 안겨준다.
그것은 분명 기록관리·선수관리에 문제점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격은 가장 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준 종목. 모두가 자신의 기록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고, 무려 43점이나 모자라는 기록을 낸 종목도 있다.
18명(남12,여6)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으나 강호 동구권의 불참에도 노메달에 그쳤다.
메달을 기대했던 속사권총의 박종길은 5백90점으로 7위로 처졌다. 자신의 한국기록(5백98점·78년)을 냈다면 금메달을 따고도 3점이 남는다. 여자 공기소총의 기대주였던 이정화는 31명중 21위.
작년 9월의 자기기록(3백91점)이면 은메달의 점수.
수영 역시 한명도 자기기록조차 내지 못한채 밑바닥을 헤매다 예선에서 탈락했다. 국내에서는 곧잘 한국기록을 내더니 LA에서는 부진의 수렁에 빠져버렸다. 배영의 최윤희와 자유형의 김정숙 역시 자기기록에 미달.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여자도로사이클도 42∼44위로 꼴찌신세.
첫 출전한 커누와 조정은 너무나 엄청난 수준차로 예선최하위로 일찌감치 탈락해 버렸다.
역도 역시 부진했지만 56kg급의 김칠봉과 90kg급의 황우원이 5위를, 그리고 60kg급 이명수와 82.5kg급의 이로석이 6위로 입상했다.
체조는 3명의 한국선수가 남자개인종합에 출전, 한국체조에 첫 개인종합 출전이란 기대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다른 기록종목의 부진속에서도 육상은 멀리뛰기에서 값진 수확을 얻었다. 멀리뛰기의 김종익(22·동아대2)이 1, 2차 예선을 통과, 12명의 결선에서 7m81cm로 8위에 입상한 것이다. 가장 낙후된 육상에서 예선을 통과, 결선에 오른 것만도 한국육상사상 최초이며 또 새로운 평가를 받을만하다.
김은 전지훈련중인 오리건주의 유진시에서 열린 프리폰톄인 클래식대회에서 8m9cm로 한국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밖의 다른 종목은 예상대로 모두 두텁고 높은 세계의 벽 근처에서 좌초했다.
특히 여자마라톤에서 부상으로 기권한 어이없는 난센스는 선수관리에 대해 그 누군가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하고 경위를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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