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으로 밀린 물가안정 정책|지하철-시내버스료 기습인상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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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내버스와 지하철요금을 기습 인상함으로써 시민들의 발길이 다시 무거워졌다.
특히 봉급생활자·근로자·학생 등 일반시민들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용하는 공공요금인 교통요금을 올림으로써 서민가계의 주름살은 더 깊어지게 됐다.
정부는 올해 시정의 제일 목표를 물가안정에 두고 근로자의 임금을 동결하다시피 했으며 사기업체의 생산품가격 인상을 강력하게 억제해 오고 있다. 일부 공산품에 대해서는 가격인하를 종용해 TV·냉장고 등의 가격을 자체적으로 내리도록까지 했다. 경영개선과 기술혁신으로 흑자폭을 넓히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서민이나 기업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의 시책에 협조, 그런대로 물가안정을 이루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관영 지하철 요금과 일반시내버스 요금을 9.1∼27.3%까지 대폭 올려 물가안정을 내세운 정부의 명분과는 형평을 잃고있다.
정부가 경영합리화를 내세우면서 관영요금만은 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꼴이 됐다.
정부는 이번 교통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물가에 버스요금은 0.21%, 지하철은 0.03%의 영향이 미쳐 전체적으로 0.24%의 파급효과를 준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실제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은 한번 타는데 기본요금을 1백10원에서 1백40원으로 30원씩 더 내고 구간요금도 8원62전에서 10원으로 1원38전을 더 내게돼 액수는 얼마 안 된다고 할지 모르나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엄청나다.
게다가 10km를 출퇴근하는 사람은 하루에 84원이나 더 내게 된다.
버스요금의 경우도 수치상으로는 9%를 올렸다고 하나 한번 타는데 10원이 더들어 서민들로서는 수치이상의 부담을 느끼게됐다. 뿐만아니라 이번 교통요금 인상은 그동안 잘 억제돼온 각종 요금의 인상에 기폭제 역할을 할 요소가 다분하며 연말로 예정된 택시요금 인상도 포함하면 교통요금만 대폭 인상하는 꼴이된다.
또 교통요금 인상때마다 말썽이 되고있는 서비스개선·시설개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대책이 없어 역시 공공교통기관을 이용하는 서민들로서는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요금인상에서 지하철 기본요금을 27.3%나 올린데 대해 정부는 지하철 건설비와 이자때문에 부득이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만 해도 건설비와 이자의 대부분을 시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서울지하철 건설에는 1∼4호선에 모두 2조4천3백억원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서울시 부담이 97.3%이고 중앙정부가 지원한 것은 고작 2.7%인 6백54억원에 불과한데 이것이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사업이라는 비난을 면할 길 없다.
외국의 경우 영국은 75%, 뉴욕은 60%, 파리는 50%, 동경도 30%를 중앙정부가 지원했는데 모든 건설과 이자부담을 서울시에만 맡겨 이제와서 27%씩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게됐다.
현재 서울시가 안고있는 지하철 건설비의 부채는 1조8천8백19억원. 이 때문에 서울시의 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고 다른 중요한 건설사업도 손을 놓고있는 상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목타게 중앙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앙정부는 이를 일단 외면한채 우선 요금인상으로 부채의 일부를 까겠다고 나온 것이다.
서울시의 지하철 운영방법도 문제점중의 하나다. 2호선 개통 후 흑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으나 하루 승차효율이 50%선 밖에 안 돼 엄청난 돈을 쏟아 넣고도 밑천을 건지지 못하고있다.<신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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