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승부 예측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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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포츠에는 반드시 이변이 일아난다. 예측이 뒤틀리고 파란이 속출 할 때가 많은것이다.이때문에 관중들이 매료되고 홍분하여 몰입하게 된다.스포츠에는 최상이 없다. 따라서 부딪치고 결과를 기다려보는수 밖에없다.
제23회 로스앤젤레스 올림피아드 사상 최대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고있는 한국도 이같은 이변과 파란으로 희비가 엇갈리고있다.
체육부는 이번 LA올림픽에 출전하기 앞서 7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설정했었다. 양궁의 김진호,레슬링의 박대두·손갑도,복싱의 김광선·허영모, 유도의 김재엽·하형주등 7명의금메달후보를 딱 부러지게 내세우기 까지했다.
체육회는 이중 3개의 금메달은 확실하며 잘하면 1∼2개정도를 추가할지도 모른다고 조금 낮추어 발표하기도 했다.
체육계에선 아무리 공산권이 빠지긴 했어도 이같은 목표는 과욕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나 한국선수들은 이미 금2,은3,동메달1개를 차지하는등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또 앞으로 2∼3개의 금메달을 추가할 전망이어서 목표달성은 어렵지 않을것같다.
특히 재미있는 현상은 기대의 후보가 탈락하는 대신 의외의 선수들이 금메달읕 낚아채고있는것이다.
레슬링의 김원기,유도의 안병근등 두 금메달리스트는 선수단은 물론 본인 자신들도 당황할 정도다.금메달을 놓친 박대두와 김재엽은 입상을 하고도 한이 남아 조금도 기쁜표정이 아니다. 금메달의 기대를 모으고도 아예 1회전에서 탈락한 김광선은 며칠밤을 뜬눈으로 새우다 주외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국하는등 보기에도 측은할 정도다.
1회전서 탈락한 김광선은 매일밤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다 눈이 퉁퉁 부은채 나오더라고 동료들이 말한다. 2년간 피눈물나는 훈련을 쌓아왔으나 한순간에 기회를 놓친 김선수의 심정은 착찹했을 것이다.
준결승에서 일본의 「미야하라」에게 역전패,동메달에 머무른 박대두는『어처구니가 없다. 다시 그와 대결하면 열 번 싸워도 자신있는 상대인데…내 자신이 원망스럽다』라며 망연자실해한다.누구나 금메달로 믿고있었단 복싱의 허영모도 4강 진출문턱에서 좌초됐다.
반면에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김원기는 본인은 물론 팀에서도 전혀 기대를 안하던선수다.선수촌이 있는 LA시내의 USC에서 동남폭으로 1백50리나 떨어진 애나하임의 경기강 부근 모텔에 따로 숙소를잡고 있는 레슬링팀 안에서도 김선수는 메달유망주 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그래서 심지어 식사때 김치를 나누어 주든가,간식을 분배 할 때도 김선수의 몫은 항상 나중에 차례가 갈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었 다.
이런 경우는 올림픽사상 최초로 유도에 금메달을 안겨준 안병근도 마찬가지다.
안은 3회전정도에서 탈락 할 것으로 예상 됐었다.이같은 스포츠의 의외성은 그 주체가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승부에 나서는 선수는 심리적인 갈등속에 흔들리게된다.
그래서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2O세기 최고의 천재복서「무하마드·앝리」 는『나도 링에 오르기 직전엔 항상 두러웅 속에 빠진다. 그래서 경기전에 많은 말을 떠벌려 두러움을 벗어나려 했다』고 은뢰후 솔직이 말한바 있다.
따라서 어느나라보다도 무거운 온 국민의 여망을 안고 올림픽 광장에 나선 우리선수들의심정은 짐작 하고도 남음이 있다. 결과보다도 선전하는 과정에 따뜻한 박수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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