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격식 북한 전 인민무력부장 사망…김격식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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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격식 북한 전 인민무력부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고위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격식 동무는 나와 격식 없는 사람”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최측근 군부 인사다. 구분대장(북한의 대대급 부대)을 지낸 경력이 프로필에 나올 정도로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군부에서 강경파로 분류된다. 5년전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북한군의 주요 무력도발때마다 기획자 또는 주도세력으로 우리 당국이 지목했을 정도다. 1996년 9월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을 지휘한 김대식 북한군 정찰국장의 사촌 형이란 점도 이런 이미지에 한몫하고 있다.

1938년 함남 정평군 출생으로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나왔다. 노동당 중앙위원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을 지냈고,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초기인 2013년 4월에는 국방위원에 선출되면서 승승장구했다. 같은해 6월에는 북한 군사대표단장으로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북한군 총참모장 시절이던 2009년2월 김격식은 평양을 떠나 황해도 해주로 거처를 옮겼다. 서부전선 최전방을 담당하는 4군단장으로 임명되자 그가 좌천당한 것이란 설이 나왔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7년4월 임명 뒤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총참모장을 바꿨다는 점에서다. 전임 총참모장인 김영춘(현 인민무력부장) 차수는 12년을 채웠다.

하지만 한·미 정보 당국이 인사이동 배경을 캐기 위해 대북 첩보망을 가동한 결과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좌천이 아닌 중용이란 얘기였다. 김정일이 직접 김격식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강등되는 것이 아니다. 서해안 쪽이 중요한 것이니 보내는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는 첩모가 흘러나왔다. “잘하고 돌아오라”는 격려의 말까지 해주었다는 후문이다.

황해도 해주에 사령부를 둔 4군단은 경기도와 인천 외에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를 마주하고 있는 전략요충지로 분류된다. 유사시에는 서해 5도를 점령하고 김포반도를 통해 서울을 우회해 후방을 점령하는 게 임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보 당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핵심 측근인 김격식을 해주에 사령부가 있는 4군단장에 보낸 배경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국 그는 1년여 뒤 천안함 폭침도발로 남북관계를 가파른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전범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북민주화를 위한 비정부기구(NGO)인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대표 도희윤)가 연평도 포격 당시 이를 주동한 혐의로 김정일 외에 김정은과 김격식 4군단장을 전범으로 처벌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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