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기무사 방산비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방위산업 비리로 구속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에게 돈을 받고 군사기밀 100여 건을 누출한 혐의로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군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군 보안 업무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고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최근 구속한 기무사 소속 군무원 변모씨와 김모씨의 혐의를 보면 기가 막힌다. 변씨는 2006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군사 Ⅱ·Ⅲ급 비밀’ 자료를 포함해 장성급 인사들의 신원정보와 각종 무기체계 획득사업 정보,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내부 동정 보고서 등 140여 건의 내부자료를 넘겼다. 더욱 놀라운 일은 변씨가 2004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일광공영의 보안 실태를 감독하는 기무 업무 담당자였다는 사실이다. 김씨도 기무사 직원으로서 취득한 군사기밀을 업자에게 넘겨줬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나 진배없다. 기무사는 군사·방위산업 분야의 보안, 방첩·대간첩·대테러 수사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 분야에선 보안 감사는 물론 점검·교육·컨설팅 업무까지 맡고 있다. 이처럼 군사보안을 감독해야 할 기무사의 직원이 감시대상인 방산업자와 한통속이 돼 예민한 군사기밀까지 송두리째 넘겨준 것은 군 보안 업무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리다.

 우선 방산비리 합수부는 기무사가 자체 수사로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보강 수사를 통해 면밀히 따져야 한다. 아무리 기무사가 군 사건을 담당한다 해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무사 관련 사건까지 자체 수사에 맡겨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또한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해선 ‘국가안보’ 차원에서 엄중히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방부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다면 기무사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할 시스템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기무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고 업무 성격상 폐쇄적이다 보니 자체 감찰만으론 비리를 차단할 수 없는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기무사 역시 인적 쇄신을 포함한 철저한 재발방지책만이 추락한 명예를 회복시킬 유일한 방도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