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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쉽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가 이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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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무원연금 개혁의 교착상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여야는 지난 6일 본회의 처리를 무산한 뒤 8일 사흘째 대치 상태를 이어갔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11일 임시국회를 열어도 소용없다. 공무원연금법 개혁안 처리가 또 무산되면 다음은 가능성이 더 작아진다. 가을 정기국회는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벅차다. 법안은 뒷전으로 밀린다. 연금 개혁 같은 논란이 많은 법안이야 말할 것 없다. 그러면 내년 총선, 2017년 대선으로 이어지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장기 표류하게 된다. 2007년 국민연금 개혁 때 그랬다. 2003년 시작했지만 법안이 폐기되고 부결되고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4년이 걸렸다.

 그동안 우리는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해 왔다. 여야가 공무원단체에 질질 끌려다니다 50점도 안 되는 안을 내놨다. 반쪽 개혁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것을 버리고 원점에서 시작하자는 주장은 너무 비현실적인 이상론이다. 그렇게 해서 강력한 개혁안이 나온다면 오죽 좋겠는가. 하지만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재논의 주장이 나오는 순간 판이 깨질 것이다. 그럴 바에야 333조원의 재정 절감이라도 하고 가는 게 낫다. 우선 한 발짝 나가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조항을 풀어야 한다.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목표부터 못박을 수는 없는 일이다. ‘50% 선으로 가도록 노력한다’ 정도로 양측이 타협해야 한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가 출범하면 공무원연금의 구조개혁도 같이 논의하면 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논의하되 반드시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릴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따져보아야 한다. 2060년 기금 고갈을 전제로 소득대체율 50%안을 짜서는 안 된다. 그건 포퓰리즘이다. 젊은 층과 저소득층이 이탈해 제도가 무너질 것이다. 장기 재정 관리의 목표, 500조원에 이르는 기금운용 체계 개선, 자영업자·저소득층 사각지대 해소 등의 과제를 다 꺼내놓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할 때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요소를 다소 완화했어야 하는데 그냥 넘어갔다. 2013년 도입된 기초연금의 재구조화도 의제에 포함할 수 있다. 공적연금을 통한 소득보장 강화 관련 의제를 모두 끌어들여 노후보장의 큰 틀을 짜야 한다.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면 가입자가 고통을 느끼기 힘들게 장기적으로 서서히 올려야 한다. 국민적 합의는 필수다. 이 기구도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중립적 전문가로 구성해 중장기적으로 운영하면서 대안을 내야 한다. 이번 파동을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데 전화위복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아무쪼록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