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규제 아닌 경쟁으로 통신비 내리고 산업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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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KT가 어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였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사용량에 관계없이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새 요금제다. 최저 2만원대 요금으로 음성통화를 무제한 쓸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음성 공짜 시대가 열린 셈이다. 최저 5만원대 요금이면 데이터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KT는 1인당 월평균 3590원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KT에 맞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달 중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기로 했다. 산업계에도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통신망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된 인터넷 기업의 생태계가 활발해지면서 ‘제2 카카오톡’ 등장이 쉬워질 수 있다.

 음성 중심의 현행 요금제는 이미 한계에 왔다.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글로벌 트렌드도 데이터 요금제로 급속히 옮아가고 있다. 알뜰폰이나 구글폰 같이 싼 요금제를 무기 삼아 시장을 잠식하는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구글은 약정 할인을 포함하지 않은 음성과 문자메시지 기본 요금을 2만원대까지 낮췄다.

 업체 간 경쟁이야말로 가계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내는 특효약이다. 우리 가계의 통신비는 한 달 16만원에 가깝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금 때문에 지난 이명박 정부는 공약으로 통신비 인하를 내걸었지만 소용없었다. 되레 단말기 보조금 경쟁만 부추겨 비싼 값에 단말기를 사는 40~50대 ‘호갱님’만 잔뜩 만들어냈다.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란 극약 처방까지 내놨지만 통신 요금을 낮추는 데는 실패했다.

 통신시장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통신사업자보다 ‘카카오톡’ 같은 콘텐트 플랫폼 업체가 통신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이른바 통신 파이프라인 장사는 한계에 이른 지 오래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분명해졌다. 단통법 같은 무리수를 짜내기보다 업계 간 자유 경쟁을 유도하면 된다. 시장은 알아서 최적의 가격을 찾아낼 것이다. 그게 소비자의 권익을 위하고 산업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