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추락하는 제1야당 지도부의 품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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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품격과 합리성에 대한 우려가 날로 늘고 있다.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어진 소동은 당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4·29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사퇴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그를 겨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친다”고 비난했다. 주 위원은 “치욕”이라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후 회의장을 나갔다. 이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이 갑자기 ‘봄날은 간다’라는 대중가요를 불렀다. 어버이날이어서 노인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선거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정당에서 갑론을박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문제는 국민에게 노출된 공식 회의에서 벌어지는 언행의 품격이다. ‘공갈’이라는 표현으로 동료 최고위원을 노골적으로 공격한 것은 상식적 수준의 품위를 저버린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과거에도 막말을 하곤 했다. 문재인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한 것을 놓고 “독일이 사과했다고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나”라고 했다.

 유 최고위원이 정당 지도부회의에서 노래를 부른 건 공적인 자리와 사적 모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박한 처신이다. 그는 최고위원 회의를 경로당쯤으로 생각하나. 비판자들은 코미디 프로에 빗대어 “제1야당 지도부가 봉숭아 학당”이 됐다고 지적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최고위원 제도’가 주는 폐해가 적잖다. 최고위원들은 유권자와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언사를 사용하거나 상대 정당을 공격한다. 원래 최고위원회의는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그들만의 제도’다. 그렇다면 유권자를 향한 지나친 노출을 피하고 조용하고 진지하게 당 운영을 협의하면 된다. 같은 대통령제인 미국의 정당에서 이런 요란한 제도는 없다. 미국은 철저하게 의회를 관할하는 원내대표 위주로 당이 움직인다. 최고위원제 개선도 여야의 정치 개혁 과제로 논의돼야 한다. 그전에 우선 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의 품격을 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