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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IReport] 그래도 제조업이다 - (下) 자동차 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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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인도 남부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공장에서 현지 채용 직원들이 조립한 승용차를 검사하고 있다. 첸나이=특별취재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만큼 변화무쌍한 곳은 없다. 시장점유율 싸움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상하이 폴크스바겐 33.8%→8%, 상하이 GM 4.7%→10%, 베이징 현대차 2.4% →8%. 중국에 진출한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의 2000년(베이징 현대차는 2003년)과 올 1~10월 성적표다. 중국에는 상위 10개 회사가 전체 시장의 84%를 차지한 가운데 120여개 자동차생산판매회사가 생존을 위해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중국 측과 합작으로 설립한 상하이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차의 이종승 이사는 인터뷰 내내 "죽고 죽이는 싸움"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는 "중국 시장은 모든 업체에 열려 있는 싸움터"라며 "일본 회사들의 약진과 중국 토종업체들의 부상으로 치열한 경쟁이 불꽃 튀는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유수 자동차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인도 남부 첸나이. 출퇴근 시간이면 길거리는 거대한 자동차 전시장으로 변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들어진 GM 버스로부터 2004년식 최신형 무스탕 승용차까지 한데 어울려 장사진을 이룬다. 잠재력을 뒤늦게 인정받기는 했으나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 인도 시장도 마찬가지다. 진출업체의 다양함도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 격변의 친디아 시장=중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외국 기업은 독일 폴크스바겐(1985년). 그 뒤를 이어 90년대 이후 GM.도요타 등 세계적 업체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경쟁이 가열되어 왔다. 폴크스바겐은 선발업체의 기득권을 등에 업고 90년대 중반까지 시장 1위를 지켰으나 여타 외국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지난해엔 10위 자리마저 위협받게 됐다.

둥펑웨다 기아차 이 이사는 "폴크스바겐의 급격한 영업위축은 선점이익에 안주하며 중국 고위층과의 우호관계에 의지하고 원가 절감과 기술력 향상에 게을리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시장은 일본 스즈키가 인도 마루티사와 합작한 마루티 스즈키가 선두(2004년 시장점유율 51%)를 달리고 있다. 2,3위 자리는 98년에 현지 진출한 현대자동차(19%)와 토종 업체인 타타자동차(17%) 몫이다. 타타자동차는 최근 대우의 상용차 부문을 인수할 만큼 자본력이 튼실한 인도의 대표 제조업체 중 하나다.

마루티 스즈키는 50만대인 생산능력을 2007년까지 75만대로 늘릴 계획이고, 타타자동차도 저가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생산능력을 25만대로 늘리려고 한다.

◆ 위기와 기회의 상존=인도 남동부 시프코트 산업단지. 65만평 부지 위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인도공장이 연간 25만대의 승용차를 생산해 내고 있다. 현지 판매가 급증해 2007년까지 생산능력을 50만대로 늘리기 위한 제2공장 건설이 한창이다.

중국 베이징 수니 공업단지 안에 있는 베이징현대차 생산공장. 쏘나타 생산라인에는 납기에 대기 위해 중국인 작업자들이 영하의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기서는 시간당 19대, 하루 456대의 승용차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2010년까지 중국시장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기 위해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베이징시 당국과 협의 중이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에서 승용차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중산층 소비자가 각각 1억5000만명과 6000만명에 이른다. 그동안 제대로 눈길을 주지 않았던 2억1000만명의 엄청난 '신천지'가 아시아 대륙에 열려 있는 것이다.

올해 5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 중국은 내년에는 640만대로 세계 3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인도의 매력은 꾸준한 경제성장과 낮은 자동차 보급률. 인구 1000명당 승용차 보급대수는 고작 5.6대로 아시아에서 가장 낮다.신규 수요의 잠재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잠재성만 믿고 나서기에는 시장 위험이 만만치 않다. 진출업체에 가장 큰 위험은 재고다. 현대차보다 인도에 먼저 진출한 GM이 쓴 경험을 했다. 중대형차 위주의 판매전략이 실패해 재고누적으로 경영난을 겪던 끝에 한때 철수 움직임까지 보였다. 기술유출도 또다른 위험이다. 중국은 50 대 50의 합작비율을 지켜야 투자허가를 내준다. 이는 외자수입과 기술이전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포석이지만, 외국업체에는 자칫 함정이 될 수 있다. 합작선과의 계약관계를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기술만 내주고 퇴출당할 수도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이 전하는 경고다.중국의 기술정보전도 치열하다.베이징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도요타는 최근 베이징현대차가 만든 쏘나타 등을 사다가 정밀분해 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현대차의 성공 비결을 캐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 특별취재팀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이종태.임봉수 기자,
포스코경영연구소 유승록.박경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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