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기술자 만들고 있다」|생활체험을 무시,일정한틀 강요|백일장서도 기교부린글만 뽑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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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체험과는 거리가 먼 글의 제목을 주고 일정한 틀에 맞추어 쓰도록 가르쳐 글짓기교육을 망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현대아동문학가협회가 지난 28∼30일 경남거제군장승포읍 대우국민학교에서 「작문교육,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지적됐다.
이날 세미나는 86년부터 실시될 대입논술고사를 앞두고 참석자들의 큰관심속에 열띤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재철교수 (단국대)는 「한국 작문교육의 변천과정과 그 문제점」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학교에서의 글짓기교육이 학생들의 흥미를 무시한채 암기식·조립식 교육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짓기현장교육의 흔히 이용되는 백일장을 중심으로한 글짓기운동도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참하고 예쁜 멋진 글만을 당선작으로 뽑아 글짓기교육을 꼬마문사 양성교육으로 변질시켰다. 또 시나 수필등 예술문만을 중요시하여 실용문이나 논리적 문장은 뒷전에밀려났다는것.
이밖에도 객관식 위주의 학교시험과 TV·만화·전자오락및 스포츠붐이 작문교육에 미친 부작용도 크다고 지적됐다.
이교수는 『일정한 틀을 강요하지말고 자신의 생활체험에 따라 솔직하고 개성있는 글을 재미있게 쓸 수 있도록 글짓기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하의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글짓기교육은「신소년」「새벗」「별나라」등 잡지를 통해 동요가 크게 발달했다. 8·15해방 이후 작문교육의 큰 전기가 마련됐으나 6·25사변으로 다시 침체되었다. 65년「한국글짓기 지도회」라는 전국적 모임이 조직되는등 그이후 글짓기교육을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이론적인 면에서의 진전과는 달리 실제의 작문교육은 말놀이 글짓기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교수는 작문교육에 있어서 말놀이 글짓기교육과 생활작문교육및 문학과 교육의 한계를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숙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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