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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동백림사건 뒤 발족한 「한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랫동안 각종 클럽이나 친목단체등으로 쪼개져 있던 재불동포들이 통합된 단체로서의 한인회를 조직한 것은 동백림 사건이 있던 다음해인 68년으로 초대회장은 서양화가 한묵씨였다.
동백림 사건의 충격과 이로 인한 재불교민에대한 일반적인 불신감을 어떤 형태로든 씻어야겠다는 생각들이 교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대두되던 때였다.
그동안 간판만으로 명맥을 이어온 한인회는 교민들의 생활이 비교적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몇년사이 회원들이 늘어나는 등 그런대로 제구실을 하게 됐다.
재불한인회(회장 김용호)는 현재 파리16구 이에 나가에 있는 한국문화원2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한인회보를 통해 한인사회의 소식과 생활정보를 전해주고 생활법률상담실을 운영하는 것등이 주요활동이다.
사실 몇해전까지만해도 파리에 짐을 푼지 얼마 안된 교민들은 언어문제·아파트입주·자녀취학·자동자보험등 생활정보에 어두워 큰 고생을 했다.
자신들도 오랜 노력과 고초 끝에 터득한「지식」이어선지 먼저 자리잡은 교민들도 자기가 갖고있는 정보를 좀처럼 나눠주려하지 않는 터여서 신참자들은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다.
이같은 어려움은 이제 한인회의 활동으로 얼마간 해소된 셈이다.
한인회에선 또 매일 아침 7시부터 1시간동안 루브르박물관근처의 튈르리공원에서 조기축구·배구대회등을 열어 교민들의 체력단련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으며, 매주 세차례 한국문화원에서 생활불어강좌를 열고 있다.
5월5일을 한불친선의 날로 정한 한인회는 해마다 이날이면 주위의 프랑스인들을 초청해 갗가지 행사를 마련하고 있고 유학생지원활동도 중점사업의 하나로 꼽고 있다.
한인회는 얼마전 농악대와 탈춤대를 조직, 한국전통문화소개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들어 한인회가 새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중의 하나에 한국출신 입양고아의 뿌리찾아 주기 운동이 있다.
입양고아의 양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기도 하려니와 한인사회에서도 이같은 운동의 필요성이 진작부터 논의돼 왔다.
6·25동란이후 유럽의 각가정에 입양된 한국출신 어린이는 약1만5천명으로 이 가운데 4백명정도가 프랑스가정에 입양돼 있다.
프랑스인과 국제결혼한 한국교민들이 한인사회에 섞이기를 대체로 꺼리고 있는것과는 달리 한국출신 입양자녀를 가진 프랑스인 가정은 오히려 교민들과의 접촉에 적극적이다.
유럽의 어느 공관보다도 파리의 한국대사관은 한인회와 큰 마찰이 없는것 같다. 교민수가 적은데다 대부분이 일시체류자인 때문으로 보인다.
간혹 영사담당자의 불친절이나 거드름 때문에『다시는 대사관을 찾지 않겠다』고 울분을 토했던 교민도 있었지만 최근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목에 힘을 주는 버릇」이 여전히 남아있는 일부 공관원때문에 대사관이 교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은 더러 있다.
어떤 대사관주재원은 정부투자기관직원들에게 업무를 둘러싸고 으름장을 놓는일이 많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파리에도 이른바 반정부·반한활동을 하고있는 교민(?)이 없지않다. 서울서 S대 정치학과·불문학과등을 나온 50대의 C·H·L씨등을 포함, 약10명이 그런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들은 프랑스여인들과 국제결혼, 프랑스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81년 프랑스에 좌파정권이 들어선것을 계기로 이들은 적극적인 활동채비를 갖추는 듯 했으나 최근 프랑스의 일반적인 분위기가 한국과 한국정부에 호의적이면서 대북한비판쪽으로 돌자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씨등도 당초에는 한인회활동에 참여했었으나 유신이후 이 모임에서 떨어져나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요즘은 인쇄물과 회활동을 통해 한국정부를 비방하고 있다.
동백림 사건에 연루됐던 서양화가 이원노씨는 한참동안 한인사회에 얼굴을 보였으나 몇해전 유고슬라비아에서의 윤정희·백건우씨부부 납치미수사건이후 발을 끊고 있다.
이씨가 파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K화랑은 요즘 개점휴업상태란 소문이다.
재불한인들은 이들 한인사회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일부인사들이 언젠가 한인회활동에 동참해 교민사회발전에 기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교민의 상당수가 독실한 신앙인이어서 현재 파리에는 재불한국기독교연합회가 주관하는 한인교회가 있고 기타순복음교회·장로교회등 3개의 개신교회와 1개의 가톨릭교회가 있다.
81년4욀7일 유럽에선 처음으로 한글신문인 한인신문이 파리에서 창간됐었으나 재정난으로 얼마뒤 문을 닫아 교민들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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