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실경영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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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와 한국개발연구원의 전문가들이 공동연구한 정부투자기관 경영조사보고서는 오늘의 국영기업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병폐를 남김없이 적시하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모은다.
공기업의 적폐에 관한한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기관, 정부부처는 물론 학계와 민간에서조차 깊은 관심과 거듭된 개선의 촉구가 있어왔고 정부에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른바 개선대책을 발표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듯이 어느 하나 제대로 근본적인 시정과 개혁이 이루어진 흔적을 찾기 어렵다.
이 보고서에 지적된 공기업의 문제들은 엄밀히 얘기할때 어느 한부분도 새삼스럽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진부하기도하다. 그러나 왜 그 같은 해묵은 논의들이 거듭하여 제기되어야하는지, 납세자들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공기업의 확률은 왜 민간기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지, 책임경영은 왜 불가능한지, 그리고 입 경영조직은 왜 관료화되고 경직화되는지를 따지고 그것을 개선하는 일이 그토록 지난한 과업인지 이해할수 없다.
의문의 여지없이 국영기업의 관장업무는 국가산업의 핵심이 되는 기초서비스와 중간재, 소재산업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비능률과 경영부보은 다름아닌 전 산업의비효율과 국민부담의 증가로 귀착 될수 밖에 없다. 때문에 납세자들은 공기업의 효율이 민간부문을 앞서가고 그로 인해 그 경제성이 민간부문에 파급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요청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이다.
25개 정부투자 기관의 평균 자본이익률이 민간제조업과 건설업의 3분의 1에 불과한 3· 68%라는 사실은 오늘의 공기업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충분한 자료일수 밖에 없다.
이같은 무책임 경영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이 보고서에 지적되었듯이 인사난맥과 이에 따른 책임 소재의 모호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책임경영의 바탕이 전문성에서 비롯되는데도 국영기업 임원의 절반이 외부 기용이라는 사실은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따라서 공기업의 문제는 인사난맥의 시정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실무경험도 없고 전문식견도 갖추지 못한 외부인사들이 대거 관리직에 앉음으로써 조직의 사기저하는 물론 경영의 비효율을 낳고 위계질서가 흐트러지며 조직이 관료화 경직화되는 과정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해왔다. 이에 더하여 감독관청의 관료주의적 간섭과 과도한 개입이 이같은 비능률적 경영을 증폭해온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조직은 효율을 제쳐둔채 비대해지고 책임소재는 불분명해지면서 중복과 낭비가 곳곳에 잠재해온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이런 오래된 병폐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인사의 난맥을 바로잡음으로써 근원적 해결이 가능하다. 정부의 과단성 있는 자세 전환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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