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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인건강과 자녀의 책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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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주말이 되면 젊은 사람들은 모두 교외나 야외로 빠져나가고 도시의 텅빈 공원안의 의자에 앉아 날라오는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는 쓸쓸한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는 결코 우리나라는 이러한 서양의 풍습만은 따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실제로 선진국가라고 불리고 있는 미국이나 구라파의 대도시에선 병들어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들이 무료한 여가를 보내기 위해 공원을 외롭게 찾아다니거나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거니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많은 노인들이 미국이나 구라파보다는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면서 자녀들과 함께 여생을 지내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우리 주변을 뒤돌아볼때 이러한 노인들이 가진 문제들은 현실참여의 부족에서 생겨나는 소외감이나 생활능력이 떨어져 용돈조차 얻어내기 어려운 경제적 문제도 있거니와, 첫째로 손꼽을 수 있는 과제는 노인들의 건강문제라 생각된다.

<노인들의 건강>
우리나라도 이제는 전염병이 판을 치던 이른바 고전적 전염병의 유행시대는 지났다.
또한 자녀를 많이 낳아서 전염병 때문에 많이 죽어가던 이른바 다산다사의 시절도 지나가버렸다.
구라파에서도 1백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때문에 고생하고 전염병에 의해 죽어가던 고전적 전염병의 유행시대였다.
워싱턴장군이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배미합중국의 독립을 선포한지 얼마되지 아니하여 미국의 동부지역에는 콜레라의 대유행이 있었다. 당시의 생각으로는 콜레라를 위시한 모든 역병은 신의 노여움을 샀거나 더러운 공기때문에 생긴다고 믿었다. 결국 워싱턴장군은 대통령으로서 바로 독립전쟁에 썼던 대포들을 동원하여 더러워진 공기를 깨끗하게 하기위해 필라델피아 상공에 대포를 쏘게했다.
그후 약2세기가 지나 20세기후반에 접어들자 이 지구상에선 흑사병, 천연두, 콜레라 같은 전염병은 고전적 전염병이라 불리워지게 되고 점차 그 자취를 감추게 되였다. 그러나 전염병이 점차 고개를 수그리고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자 새로운 질병이 늘어나게 되었다.
산업사회의 출현과 함께 새로운 사회체제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정신신경증 환자와 정신병자가 늘어나고 이른바 인조환경의 영향을 받아 각종 암환자가 늘어나고 당뇨병과 심장병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오히려 전염병이 창궐하고 평균수명이 20∼30세를 전후하던 시절에는 건강과 질병의 경계도 분명히 구별할 수 있었으나 수명이 늘어나고 성인병이 증가됨에 따라 건강과 질병의 명확한 구분을 지을 수 없게되어 노인내지 성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대부분의 국가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건강 반질병상태로 살게 되었다.
그동안 현대과학과 의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많은 질병이 치료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비전염병이나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 생겨나기 쉬운 성인병의 경우에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근치법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생명을 유지하고 생존가능한 사람들을 증가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전한 건강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효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근래 실시된 인구동태조사에서 밝혀진바와 같이 60세이상의 노령인구는 물론 나이 많은 성인층의 비중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이나 당요병을 걱정하게 되었다. 한편 의료비는 전세계적으로 급속한 인플레경향을 나타내서 대개 만성적인 경과를 겪는 이러한 성인병에 충분히 의료비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전염병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일시에 많은 사람들을 침범하기 때문에 일단 대책이 발견되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풀기 쉬웠지만 거의 본인도 자각하기 어렵게 서서히 많은 사람들에게 생겨나고있는 당뇨병이나 심장병 같은 성인병은 더욱 심각한 파문을 던지고있다.
또한 암이나 당뇨병 내지 고혈압은 정부가 실시하는 단기적인 인원대책이나 치료만으로는 큰 의미도 없거니와 가치도 없다.

<성인병의 특성>
따라서 건강한 것도 아니고 건강하지 않은 것도 아닌 이른바 반건강상태의 중년층이상 노인들이 늘어날수록 각 가정과 자녀들은 각 가정 단위에서 현명하게 이와 같은 건강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세워나가야겠다.
18세기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한 근대의학과 근대공중보건학은 질병없는 건강한 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꾸준히 노력해왔다. 실제로 중세기의 참혹했던 고전적인 전염병의 주기적 유행은 우리 인류에게 뼈저린 교훈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과학적인 근대의학과 공중보건학이 발전되자 전염병은 떨어지고 평균수명은 연장되었으나 중년층이상의 성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이른바 성인병 내지 노인병이 늘어나 오히려 병고로 시달리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암·당뇨병·심장병·신장변·고혈압 같은 성인병이 전염병을 대신해서 급속하게 늘어나 의학이 발달할수록 병도 많아지는 역설적인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단지 현대의학이 확실하게 얻어낸 성과는 전염병의 감소와 평균수명의 연장뿐이었다.
또한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대부분의 성인병은 아직도 그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거나 치료방법이 없어서 과학적으로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는 암·고혈압·뇌졸증·심장병·신경통등 성인병에는 획일적으로 그 원인과 예방법을 제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단지 공통적인 특성을 들어본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로 대부분의 성인병은 특별한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특수한 예방법이 없거나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 예컨대 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이 왜 생겨나는지 여러가지 학설이 있으나 지배적인 뚜렷한 원인이 규명되어 있지 못하다.
두번째로, 대부분의 성인병은 이와 같은 변을 일으키는 각 개인의 사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심하다는 사실이다.
예컨데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동맥경화증이 생겨나기 쉽고 비만증에 빠지게 되면 당뇨병을 유발하기 쉽다는 것은 역학적으로 입증된바 있다.
세번째로, 많은 성인병은 각 개인의 정신상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점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긴장된 현대생활의 부산물로 나타나기 쉽다는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따라서 마음을 편히 갖고 지나치게 근심과 걱정을 하지않는다면 고혈압은 줄일수도 있을것이다.
네 번째로는, 각 개인의 생활이나 성격이 다르듯 성인병 관리를 의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획일적이고도 통일된 방법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일찍 발견하려면 다같이 충분한 건강지식을 가지고 가정단위에서 개별적으로 건강관리를 해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섯 번째로, 대부분의 성인병은 그 발생과 진행이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게 되므로 장기간에 걸쳐 개인적으로 울바른 건강관리를 해나가지 않으면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시적인 생활의 변화나 개선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섯 번째로는, 어느정도 이러한 병이 진전된 경우에는 그 병의 완전한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성인병의 증가는 반건강상태의 사람들을 증가시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므로 이러한 성인병의 사전예방이나 진행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가정단위에서 이와같은 질병에 관해 올바른 지식을 갖고 그 대책을 직행해 나가야 하겠다.

<성인병의 관리>
과학적 의학과 의료기술의 개발에 따라 과거에는 죽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인병은 현대의학의 발전에 따라 줄어든 전염병과는 달리 그 대책에 있어서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성인병은 그 초기에는 거의 자각증상을 나타내지 않아서 예방하기가 어렵고 일단 생겨나면 양치하기가 어려워서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볼때 계속 충분한 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와같은 질병양상의 변화에 따라 각 가정에서는 부모님과 노인들의 늘어나는 성인병 대책을 올바로 세워나가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로 확실한 건강지식을 갖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처해 나가도록 힘써나가야겠다.
누구나 어렸을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부모님이나 주위사람들로부터 병과 건강에 관련해서 여러가지 지식을 배워왔으나 과학적인 입장에서 재평가해볼때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다.
또한 대부분의 성인병을 일으키는 원인들이 규명되지 않아서 아직도 수많은 주장들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제창되고 그 대책 또한 수없이 많다. 시대착오적이고 비교학적인 주장이나 건강관리법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말아야 하겠다.
흔히 나이를 먹을수록 채식이 좋으며 육식을 하면 수명이 짧아진다고 한다. 심심치않게 외신보도를 통해서도 서양의 유명한 사람들이나 장수한 사람들이 채식주의자였다는 얘기가 나오곤한다. 미국의 유명한 발명왕이었던 「토머스·에디슨」도 채식을 했기 때문에 두뇌가 명석하고 장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채식이야말로 장수의 기본조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현대영양학의 기본원칙에서 볼 때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충분한 육식을 해야한다. 원래 인간은 계통발생학적 사람의 몸과 가까운 음식을 먹음으로써 당장 피가 되고 근육이 될 수 있다. 또한 서양의 채식은 우리나라의 채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고기나 생선 또는 우유를 먹으면서 야채를 많이 먹으라는 것이 서양의 채식이지 밥과 채소만 먹으라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되겠다.
덮어놓고 고기만 먹으면 살이 찐다고해서 밥과 야채만으로 연명해서도 안되겠거니와 막연하게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고혈압이나 풍기를 일으켜서 나쁘다고 기피를 해서도 안되겠다.
예로부터 식보는 약보보다 낫다고 했다. 과학적인 확실한 건강지식을 갖고 가정단위에서 올바른 건강관리를 해나가도록 누구나 힘써야겠으며 그것이 어른을 공경하는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두번째로는, 우리들의 생활을 과학적으로 영위해 나가도록 힘써나가야겠다.

<올바른 건강관리>
결국 인간의 건강은 우리들이 먹는 음식과 기거 그리고 의복을 둘러싼 생활질병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약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약은 양쪽으로 날이 돋은 칼과 같다는 얘기가 있다.
약은 좋은 약이 되는 동시에 나쁜 약이 될 수 있다. 좋게 먹으면 약이 되고 나쁘게 먹으면 독이 된다. 많이 먹으면 좋을 것 같이 착각해서 몸에 좋다는 약은 무엇이나 많이 먹다가는 위험한 부작용이 생겨나기 쉽다.
별로 부작용이 없는것 같이 생각되어 왔던 비타민제도 경우에 따라서는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생겨난다는 사실이 근래 밝혀진바 있다. 실제로 비타민A와 비타민D를 지나치게 복용하면 이러한 부작용을 유발하기 쉽다는 사실은 이미 외국에서도 분명하게 밝혀진바 있다.
어른을 공경하고 올바로 봉양하며 노인들의 사생활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도록 다같이 힘써나가야겠다.
옛말에도 부모를 제대로 공경하려면 혼정농초하여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저녁이면 어른들의 잠자리를 보살펴드리고 아침이면 편안하게 주무셨는지 살펴보라는 것이었다.
이 표현은 평범하게 들릴지 모르나 부모님들의 건강관리를 보살핀다는 점에서도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효자는 부모가 살아계실 때는 그 뜻을 어기지 아니하며 진심으로 부모를 존경하고 받들며 돌아가신 연후에는 극진하게 장사를 지내고 제사를 오래도록 올려서 그 은혜를 사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도 현대인들은 성인병이 늘어날수록 노인들의 사생활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겠다. 또한 이와같은 사생활의 관리를 과학화시켜나가는 것이 현대적인 효도라 생각된다.
옛날에도 약을 잘못쓰면 몸에 해롭다고 해서 삼대째 의창이 아닌 사람들이 지어준 약은 먹지말라고해서 의불삼세면 부복기약이라고 일컬어왔다. 누구나 부모님을 공경하고 어른들을 제대로 섬기며 과학적인 건강관리를 해나가려면 약을 학부로 쓰기보다는 기본적인 사생활의 건강관리에 힘써 나가야겠다.
근래 미국에서 실시된 국민건강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45세가 되면 55%의 사람들이 병을 가지며 65세가 되면 85%의 사람들이 여러가지 질병때문에 고생을 한다고 했다.
노인들의 가장 큰 현실적 문제는 역시 건강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일찌기 맹자도 양나라 혜왕에게 이르기를 반백이 된 어른들이 큰길에서 등짐을 지지않게 하고 70이 다 된 노인들이 비단옷울 입고 고기반찬을 제대로 먹도록 할 때 왕도정치는 이룩될 수 있다고 꼬집은바 있다. 따뜻하게 비단옷을 입혀드리고 고기반찬으로 봉양하며 노인들의 건강을 보살펴 드린다는 것은 역시 동서고금에 통용되는 기본적인 효도의 전제조건이라 생각된다.
역시 오늘날의 노인들은 오래 살게 되었으나 병고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 다같이 이러한 노인들의 건강문제에 관심을 갖고 울바르게 가정에서부터 건강관리를 보살펴드리는 것이 현대적인 의미의 효도인 동시에 자녀의 기본조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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