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젊은이에 번지는 「파랑새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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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으로대두되고 있다.
최근 이웃 일본에선 「파랑새증후군」 이란 말이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파랑새증후군」이란 행복의 파랑새률 찾아 헤매는 「치르치르」 와「미치르」(「매테를링크」 의 희곡의 주인공) 처럼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정신상황을 가리킨다.
일본의 정신과의사 「시미즈·마사유끼」 (청수장지) 씨는 최근 『파랑새증후군』 이란 책을 펴냄으로써 처음으로 일본사회에 이 문제를 재기했다. 그는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 번져가는 「파랑새증후군」 의 현상을 진단, 그 배경에 깔려있는 일본사회의 문제점을 정신과의사의 날카로운 매스로 분석했다.
최근 5∼6년 사이에 일본에선 일류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이나 중앙관서에 취직했던 엘리트청년들이 직장을 전전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이는 일본사회의 특성의 중대한 변질을 시사하는 현상이다. 그동안 일본인의 성품이나 일본기업구조의 특징으로 얘기돼왔던 샐러리맨의 종신고용제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종신고용제는 일본기업의 강점인 동시에 일본인 특유의 단결심의 원천으로도 지적돼왔다.
이제 행복을 보증하는 수표를 자신의 손으로 찢어버리는 이들 청년들의 대부분은 태어나면서부터 고분고분하고 말 잘듣는 착한 아이로 키워졌다고「시미즈」 씨는 분석한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마마」(교육에 열성인 모친) 가 시키는대로 착실히 공부하고 과외에도 열심히 따라다녀 일류고등학교를 거쳐 일류대학을 졸업한다. 이런 젊은이들은 머리는 매우 좋은 편이나 인간으로서는 미숙한 점이 많게 된다. 우선 우쭐해서 남을 깔보기 잘하고 오만하며 건방지다. 협조성이 없고 자기중심적이다. 창의성이 없어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최대의 결함은 참을성이 없다는것.
따라서 처음 발을 들여놓은 직장에서 자기가 찾는 파랑새가 없으면 좌절하고 뛰쳐나오고만다. 「시미즈」 씨는 이같은 결과를 가져온것은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의 성장과정에는 두번의 커다란 고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한살이 지나 혼자서기 시작하는 3살까지의 제1반항기. 이 시기에 적절한 범절을 가르치지 않으면 성격이 비뚤어진다.
두번째는 10∼12살까지의 자기주장기. 이때는 사방에 「반항의 볼」 을 던져 그 반응으로자기자신을 확인한다. 자기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에 부딪쳐보고 처음으로 스스로의 무력함을 깨닫는다. 이때 자기자신을 잘 가누지 못하면 「파랑새 증후군」 에 빠지고 만다. 「시미즈」 씨는 『파랑새 증후군은 현대의 두려운 사회범』 이며『전후 일본의 자녀교육·가족관계· 학교교육· 경제고도성장등의 왜곡이 집약돼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켤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다.【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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