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사업의 민간 삼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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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앞으로 서·남해 간척사업에 민간기업은 배제하고 정부가 개발한다는 원칙을 세운것으로 보도되었다.
정부가 이런 원칙을 결정하게 된것은 간척사업에 쓰일 농지자금이 연2백억원 가깝게 조성되어 정부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생겼을뿐 아니라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데서 오는 독점우려등 부작용을 줄이려는 배려인것 같다.
정부가 이런 원칙을 세운데는 그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국토를 넓히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과제를 정부에만 지우는것이 과연 바람직한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인구가 많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 형편에서 간척사업을 벌여 더많은 농지나 산업부지를 마련하는일은 백번 환영할 일이다.
정부가 그동안 민간기업을 이사업에 참여시킨것은 어느 쪽의 구별없이 거국적으로 추진해야할 만큼 중요성을 띠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 남해간척사업중 약 4분의3이 민간의 손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경우는 말할것도 없고 가까운 일본만해도 정부와 민간이 경쟁하다시피 간척사업을 벌여온것은 널리 알려진사실이다.
얼핏 사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정부사업으로 추진하는것이 나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국영기업 특유의 비능솔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던것은 계화도간척사업의 경우가 잘 증명해주고 있다.
이사업은 개답공사가 7년동안이나 방치되는등 갈팡질팡하다 주관부처가 당초 건설부에서 농수산부로 이관되는등 우여곡절 끝에 14년만에야 끝났다.
따라서 63년에 시작된 공사가 길이 1만2천여m의 방조제 축조만도 5년이 걸렸고 그후 도수노공사를비롯한 제수공사와 소금기를 걸러내고 점토를 넣어주는 객토사업이 9년이나 걸린 셈이다.
이번에 정부가 간척사업에 민간을 배제하려는데는 정부단독으로 추진할만한 재정적인 여력이 생겼다는 판단에 의한것 같다.
그러나 연2백억원쯤 되는 농지기금을 전액 간척사업에만 투입하는것이 가능할것인가도 문제겠고 그정도의 자금만으로 사업을 만족스럽게 추진하겠느냐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소박하게 말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로서 민간과 정부를 너무구분해서 따지려는것은 행정변의적인 사고방식이란 느낌을 준다.
간척개발된 농지를 개발삼여기업에 우선권을 주어 불하하면 정부가 말하는대로 독점의 우려가 있는것은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부작용은 행정력으로 능히 조정할수 있다. 일부 부작용이 예상된다 해서 아예 민간기업을 밀어내는것은 현실과는 먼 안이한 착상에 불과하다. .
더우기 그동안 우리 민간기업은 중동·동남아등지의 대규모 건설사업에 참여함으로써 토목및 건설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기술을 축적해왔다. 그러한 기술과 노하우가 녹술지 않도록 간척과 같은 국토개발사업에 활용하는 일은 정부가 해야할 당연한 책무일 것이다.
일군 땅을 영세농에 분양하는 문제도 재고해야한다. 간척지 분양에 농민을 앞세워 투기꾼들이몰리는 일은 제쳐두고라도 대규모 기업농을 시도할 좋은 기회라는 점을 책과해서는 안된다.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간만의 차가 심한 서남해안 일대에 천연적으로 간석지가 발달되어 있어 간척사업을 하기에는 안성마춤의 천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천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도 정부·민간 할것없이 가능한 자금과 인력을 간척사업에 투입하는 일은 바람직하다. 정부가 할일은 민간을 배제하는 일이 아니라 기술지도·행정및 자금지원등을 통해 민간기업의 의욕을 돋워주면서 민간기업과의 경쟁을 벌이는일이 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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