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인권은 천부적 권리 국가도 제한 못하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 인권 보장의 역사='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의 내용이다. 인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 권리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갖는 자유며, 국가도 함부로 제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권은 국가의 법률과 제도 안에서 보호된다. 자유권.참정권.청구권.사회권 등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은 인권의 바탕이 된다.

그때 그 탈북 모녀
유엔 총회가 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엄해지고 있다. 왼쪽 사진은 2002년 5월 8일 중국 선양 일본 영사관에 진입 하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김한미양 가족이 9일 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당시 김한미양과 어머니 이귀옥씨. [중앙포토]

인권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싹텄지만 인권사상이 보편화한 것은 르네상스(14~16세기) 이후였다. 18세기부터는 루소(1712~1778) 등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천부인권사상에 영향을 받고, 시민혁명을 거치며 인권의 개념이 더욱 발전했다.

20세기 들어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모든 인간은 일정한 기본권을 부여받았다는 일반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인권선언들이 마련됐다. 1945년 유엔헌장에서는 "인종.성.언어.종교에 상관없이 인간의 권리와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고 준수할 것"을 선언했다. 48년 유엔 총회에선 세계인권선언을 의결하고, 헌장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인권이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세계인권선언은 도덕적 구속력밖에 없어 유엔은 66년 총회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춘 조약인 국제인권규약을 채택했다. 이후 유엔은 인종차별철폐협약.여성차별철폐협약.고문방지협약.아동권리협약 등을 차례로 채택했다.

◆ 인권을 위협하는 요소=인권의 역사는 민주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인류는 오랜 투쟁을 해왔다. 현대에도 기본적 자유권을 억압하는 나라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권위주의적이고 폭압적인 정권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짓밟는다.

우리나라의 지난 정권에서 국가 권력이 저지른 도청은 인권을 무시한 대표적 사례다. 전쟁과 범죄는 생명조차 지켜내기 어려울 정도로 인권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래서 전쟁 중이라도 포로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종교나 인종 갈등도 인권 보호의 장애물이다. 종교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면 인권은 설 곳이 없다.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엔 알 권리와 충돌해 개인의 초상권과 사생활보호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

◆ 북한의 인권 현황=2000년 아들과 함께 북한을 탈출했다가 중국 공안에게 잡혀 강제 북송됐던 40대 여인 김모씨. 그는 10월에 온갖 고생을 하며 다시 아들과 함께 남한으로 오는 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두 다리를 잃어야만 했다. 탈북한 죄로 보위부원에게 모진 고문을 당해 그렇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사례 말고도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는 탈북자들에 의해 수없이 증언되고 있다. 북한은 유엔의 회원국이며, 여러 가지 인권규약에 가입돼 있다. 따라서 유엔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할 수 있고, 인권 유린이 심각하면 제재할 수도 있다. 유엔 총회가 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에선 고문, 공개 처형, 자의적 구금, 강제노동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계속된다. 또 양심과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이 제한된다. 게다가 상당수의 어린이들은 영양실조 상태다.

◆ 북한 인권 어떻게 볼까=우리 정부는 유엔 총회의 대북인권결의안 표결 때 기권했고, 북한인권대회도 외면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전반적인 대북정책의 틀 속에서 다뤄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남한의 보수 인권단체에선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인권을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해 자칫 외교적 고립을 부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진보 인권단체들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경우 결국 남북 갈등이 깊어져 북한 인권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종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