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위인전' 낸 출판사들 서점에 깔린 책 자진 수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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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대형 서점에 황우석 교수 관련 책들이 전시돼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연합뉴스]

'추락하는 국민 과학자' 황우석 교수 쇼크가 서점가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황우석 위인전'류 10여 종을 펴냈던 어린이책 관련 출판사들은 23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논문 조작'중간 발표를 전후해 자체 수거에 들어갔다. 판매도 거의 끊긴 상태다. 이에 따라 영풍문고 등 서울 시내 대형 서점들도 황우석 관련 출판물 대부분을 매대에서 철수시켰다. 아직 판매하고 있는 교보문고 어린이책 매장의 김희정씨는 "인터넷으로 간간이 주문이 들어오는 정도"라고 말했다.

황우석 관련 출판물은 어린이책이 대부분이다. '나의 생명 이야기'(황우석.최재천 공저, 효형출판), '세상을 바꾸는 과학자 황우석'(매일경제 과학기술부 지음, 매일경제출판부) 등 2, 3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위인전으로 꾸며진 그림책이나 만화다.

'황우석 박사의 아름다운 생명의 길'(이레미디어), '황우석 박사와 줄기세포2(줄기세포를 지켜라)'(학원사), '소를 사랑한 아이, 황우석'(청개구리), '소년 황우석1'(지엠디북) 등 10여 종은 제목에 황 교수 이름이 직접 나온다.

이들 대부분이 황 교수가 미국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5월 이후 쏟아졌다. 내용도 한국사회의 황우석 현상을 반영해 영웅적인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 한 책의 경우 "항상 눌려 지내던 우리나라가 세계에 어깨 한번 쭉 펴고 살아보라고 이런 천운이 주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란 황 교수의 발언을 싣고 있다. 결국 조작으로 밝혀진 줄기세포 테라토마 사진과 DNA 지문 분석을 곁들인 책도 있다.

어린이책을 내는 보림출판사 권종택 사장은 "어린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사태다. 책 판매에 여념이 없었던 출판사들의 책임도 크지만,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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