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학법, 국회 재의(再議) 요구 결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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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률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대통령과 장관, 여당 대표까지 대거 설득에 나선 적은 드물다. 교육부총리와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종교계 사학엔 해당 종교와 관련된 개방형 이사가 선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학법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학을 종교계와 비종교계로 갈라놓고 법 적용을 차별화하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그렇다면 사학의 75.6%를 차지하는 비종교계는 건학이념을 해치는 이사가 들어가도 무방하다는 말인가. 사학법 자체의 잘못을 하위 법령인 시행령으로 보완하는 것은 법치주의에도 어긋난다.

사학법이 공포되면 사학 측은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개방형 이사제와 임기가 규정되지 않은 임시이사 제도, 4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학교장의 임기 및 연임 제한 조항,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 제한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어 헌재의 심판을 받아볼 만하다는 것이다. 7월 법률이 시행되더라도 개방형 이사제 기피 등 법률 불복종 운동도 예상된다. 현재 대학입시와 특목고 입시가 순조롭게 실시되는 것으로 미뤄 올해는 신입생 배정 거부조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학법 대립이 장기화하면 내년엔 학생 모집 중지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한편에선 사학 교사와 진보 성향의 종교단체들이 사학법 지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야 간 세 대결을 넘어, 사학 간, 종교단체 간 알력과 이념 충돌로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나라가 두 쪽이 날 지경이다. 우리는 사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은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여야는 사학법을 다시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