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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에서 살아보니] 한국의 3배나 되는 비싼 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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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더 덥고, 완전히 덥고…. 아랍에미리트의 날씨는 딱 이 세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4, 5월인 요즘은 43~47℃를 오간다. 한해 중 가장 더운 7, 8월은 50℃를 웃돈다. ‘선선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10월 날씨가 37~39℃다. 아랍에미리트가 가장 살기 좋은 때는 한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다. 이때는 24~25℃ 정도로 우리나라의 초가을을 연상케 하는 날씨가 펼쳐진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데다 시원하고 환상적인 날씨라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시절이다.

 요즘은 50℃ 안팎이라 온도만 보면 익어버릴 듯 뜨거운 날씨일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보다 훨씬 견딜 만하다. 습도는 전혀 없이 그냥 쨍하게 맑고 따가운 햇살이라 덥긴 해도 불쾌지수는 낮다. 그늘에만 있으면 상쾌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아부다비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여서 모래바람이 불 때가 있다. 우리나라의 황사나 미세먼지 같은 개념이 아니고, 모래 자체가 바람을 타고 이동을 하는 거라 세상이 온통 캄캄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곳 사람들은 모래바람으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데, 이 바람이 네다섯 차례 불고 나면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다. 모래바람이 부는 때를 제외하면 공기는 정말 맑고 깨끗하다.

 아부다비에 한국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건 원전 외교 덕분이다. 한국전력이나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에서 파견한 주재원 가족들이 대거 이주해왔다. 한국 사람이 많아지면서 집세도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주재원들이 사는 집은 45~60평형대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1년 단위로 월세 계약을 하는데, 1년치 월세 가격이 4800만원 정도다.

 아파트 구조는 매우 살기 좋게 꾸며져 있다. 우선 천정이 높고, 돌바닥과 시멘트 벽면이라 통풍도 잘되고 시원하다. 더운 나라인 만큼 아파트 단지 내에 수영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도 갖춰놓고 있다.

 물가는 비싼 편이다. 우리나라의 세 배라고 생각하면 된다. 1디르함 동전이 우리나라 돈으로 환전하면 300원 정도인데, 여기서는 딱 100원의 가치로 쓰인다. 책은 기본으로 2만~3만원인데, 정말 얇고 볼품없다. 레고 장난감도 우리나라에서 3만~4만원 정도 하는 걸 여기선 7만~8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아부다비는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굉장히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이슬람 국가인데 교회도 있고 술집도 많다. 사우디나 쿠웨이트에 살던 사람들이 이곳에 오면 “중동이 아니라 유럽의 도시같다”고 말할 정도다. 자국민에 대한 복지도 굉장히 좋다. 결혼하면 국가에서 집을 주고 수도세와 전기세도 자국민은 내지 않는다. 대학에 진학하면 국가에서 돈을 준다. 외국인이 이곳에서 사업을 하면 자국민을 고용해야 하는 게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공부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 않다.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 집을 빌려주고 세를 받아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알려진 도시는 두바이일 것이다. 아부다비도 두바이 못지않게 개발된 도심지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이고 국왕이 사는 곳이자 원전이 가까워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다. 페르시아만을 끼고 있어 아름다운 바다를 항상 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엄마 김은영씨
정리=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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